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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이재익이란 작가를 <카시오페아 공주>라는 책의 제목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보다 컬투쇼의 PD로 더 유명한 분인 것 같은데 라디오를 잘 듣지 않다보니 그런가보다 할 뿐이고, 책은 표지나 책의 제목 간단한 설명을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책의 제목, 표지가 내 취향과는 너무 멀기만 했던 <카시오페아 공주>는 패스하고 『압구정 소년들』이라는 책을 통해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책의 제목과 달리 책의 표지는 샤갈의 그림이다. '도시 위에서'라는 이 그림은 샤갈이 아내 벨라와의 신혼생활 중에 넘치는 행복감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과 약간 매칭이 잘 되지 않는 듯 하지만 신비감? 같은게 느껴진다.
누구나 다 욕망을 갖고 있다. 자기 능력만큼 욕망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쾌락을 느낀다. 그런 메커니즘을 흔히 ‘사람 사는 맛’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능력보다 더 큰 욕망을 버리지 못하면, 즉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을 내면 문제가 생긴다. 무리한 방법을 택하면서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세상사의 골치 아픈 문제 중 90퍼센트가 그 괴리에서 생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욕망을 내려놓거나 능력을 키우거나. 그 중간 어디쯤에선가 타협해야 한다. /p115-6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들었지만 그냥 가볍지만은 않다. 인기 여배우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해 세상을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던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들의 이면 모습들은 사건 사고가 많았던 연예계를 뒤돌아보게 해서 씁쓸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아이돌의 데뷔 연령과 그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연예계 이면의 세계들은 과연 이런 현상들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방송가의 이슈들이나 사건진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묘사되는 과정들은 PD의 경력이나 현장에서의 이야기들을 '적절한 수위'까지 잘 다루어서인지 얼핏 생각나는 사건들과 대략 매칭해가며 읽어나가기도 했다.
이야기의 화자인 30대 중반의 남자가 바라보는 현재와 18년전 '압구정 소년들' 이었을때의 이야기들도 현재와 회상신을 오가며 적절히 잘 매치되고 있어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도 빠르고 좋았다. 책에 등장하는 헤비메탈 그룹들의 소개들은 음악PD답게 전문가에 가까운 소개들을 하고 있으며, 헤비메탈에 대한 음악적인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책에 표현 되고있는 음악적인 흐름만 봐도 시대별 음악연보를 보는 듯한 재미도 느낄 수 있을것 같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환경에서 성장한 '강남 키드'들의 성장 소설이기도 한 이야기의 진행이 빠르게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다가 결말이 약간 영화같다고 해야할까?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결국은 사랑이야기 였던 걸까? 싶은 결말도 재미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열여덟 살에 인생에 대해 뭘 알 수 있을까? 정확히 그때보다 두 배로 나이를 먹은 지금, 서른여섯 살에도 인생에 대해 확신할 수가 없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건지,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나와 주변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고 어떻게 끊어야 하는 건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p61
한 때 연예가 소식에 귀를 쫑긋세우고 잡지를 뒤적이기도 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리곤 했던 시절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 시절 연예가 소식을 접하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고, 한국형 엔터네인먼트 소설의 신기원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시도도 성공한 듯 하다.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읽기를 시작한 책이었지만 이재익 작가의 다음 소설들도 기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책은 재미있어야 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이재익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무한 기쁜 책이라고 손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