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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평점 :
커피향은 어린 기억에도 그냥 좋았던 것 같다. 커피는 어른들만의 음료라는 생각에 더욱 강한 동경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커피를 한 모금이라도 마실 수 있을까 해서 커피를 드실때면 곁에 꼭 붙어있고는 했었다. 그러다 고교 진학을 하면서 시험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시험기간에만 커피를 사발로 들이킬 수 있는 핑계거리를 찾았고 그때부터 커피에 대한 연구를 나름대로 조금씩 해 왔다. 같은 믹스커피라도 이 커피는 따뜻하게 마시는게 더 맛있고, 이 커피는 아이스커피로 물을 좀 적게 넣어 마시는게 맛있고 등등 나름의 레서피를 만들다가 프림이 싫어져서 블랙커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 커피의 황금비율이 있다는 걸 선배들에게 전수 받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커피에 대한 입문은 비서일을 시작하면서 부터 였던 것 같다.
10여년 전 증권회사라는 곳이 어떤일을 하는지 대략적인 짐작만가지고 입사해서 근무하던 중 본사로 자리를 옮겨 '비서'라는 업무를 새로이 시작하게 되면서 커피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갖게 되었다. 당시 원두커피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커피메이커를 임원실에서 사용중이었으나 커피메이커 커피는 금방 내렸을때는 괜찮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쓴맛이 강해져 커피 본연의 맛을 찾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커피메이커는 사라지고 핸드드립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뭐~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도 찾아보고 커피 판매하는 사이트나 카페에서 물어보기도 하며 재미를 가지고 열심히 추출했었던 것 같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들도 커피를 좋아하고 관심도 많았던지라 이것저것 구입해서 맛있는 커피를 찾아보기도 하고 커피 뿐만이 아닌 다른 차종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도 그 시기 즈음이었다. 그러다 건물 1층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면서 커피에 대한 탐닉은 브랜드로 넘어갔던 것 같다. 브랜드 커피라 더 맛있다고 생각했고 한 달이면 적지 않은 돈을 매일 커피 마시는데 투자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믹스, 커피메이커, 핸드드립, 프렌차이즈 커피까지 지나오며 커피에 대한 생각이나 입맛도 조금씩 바뀌어왔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 커피가 빠지지 않는 요즘인 듯하다. 모닝커피, 식후 커피 한 잔, 또는 만남의 매개채로 끼게 되는 커피... 이렇게 커피가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자리잡으면서 커피믹스 시장에도 많은 종류의 커피들이 꾸준히 개발되어 출시 되고 있고, 대형 카페 프렌차이즈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 커피 한잔의 가격은 2천원 대에서 많게는 1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 가격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테리어, 유통과정, 인건비, 재료 기타등등이겠지만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원두의 재료는 그 비중을 얼마나 차지할까? 우리가 카페에서, 또는 집에서 핸드드립이나, 모카포트등 기구들을 이용해서 마시게 되는 원두 커피는 어떻게 우리에게 까지 오는 걸까? 이런 것들에 살짝 관심을 갖게 될 즈음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가 97년 북카페 일일 봉사활동으로 '아름다운가게' 를 갔다가 [Fair Trade coffee 히말라야의 선물]을 만나게 되었다. 관계자분께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었지만 인상 깊었기에 한동안 아름다운 가게에서 티백으로 판매하는 원두커피들을 구입해서 지인들께 선물하기도 하고 집에서 마시기도 해왔었다.
지난해 내게 살짝 먼 꿈같았던 커피를 공부하는 시간들을 경험했고 공부를 하며 커피에 대해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히말라야 커피로드』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히말라야에서 커피나무를? 문득 생각이나 방에가서 찾아보니 내가 쟁여놓고 있던 원두티백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 원산지가 네팔 아닌가...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이 여정은 커피의 유명 산지들이 아닌 네팔로 가게 되었을까? 실제로 네팔에서 생산되는 많은양의 유기농 재배 커피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으며, 커피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정당한 몫의 이윤을 돌려주는 공정무역 커피라고 한다.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말레마을은 그 길이 쉽게 닿을 수도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2,000미터에 자리한 말레 마을은 대중교통이 들어갈 수 없기에 마을 근교에 내려서 꼬박 한시간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마을. 커피나무가 성장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말레마을은 하늘이 점지한 커피마을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은 11가구가 전부인 이 마을은 모두가 커피 농사를 짓는 어엿한 농부들이기도 하다.
사는 형편이 저마다 다르다 보니 하루 한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집도 있고, 14살의 어린나이에 공부를 하면서 커피 농부의 꿈을 키우는 아이, 공부를 하지 못해 글을 모르는 탓에 커피 농사를 지으며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했지만 막내아들에게 글을 배우며 아이들은 꼭 공부를 다 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기 시작한 아버지등 책을 읽으며 만나는 이들의 사연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너무 가난해서 커피나무 농사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이들에게까지 기회가 주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한국의 공정무역 단체 '아름다운 커피' 에서 말레마을에 커피 묘목 3천 그루를 지원하겠다는 의사가 전해진 것이다. 커피나무를 키우면서 시련도 많았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들에게 커피 나무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고, 가족이 모여 살아갈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며 보다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꿈의 나무 인 것이다. 그들에게 공동 묘목장이 생기고 3천그루의 커피 묘목이 들어오던 날 그들에게는 3천 그루만큼의 희망이 생긴 것이다. 공동 묘목장의 관리를 자처하고 나선 학구파 열혈농부 이쏘리가 커피묘목을 향해 잘 자라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부디 3천 그루의 커피 나무들이 잘 자라서 그들의 꿈과 희망에 보탬이 되어주길 바란다.
고가의 로스팅 기계나 분쇄기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옥수수를 볶던 프라이팬에 볶아낸 원두는 더 고소했고, 돌절구에 갈아낸 커피는 더 진한 향기를 내뿜었다. 사실 우리는 이제껏 커피를 비싼 로스팅 기계에서 볶아야 맛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프라이팬에 볶는다 해도 커피 맛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커피는 이미 산지에서 여물 때 맛이 결정되는 건 아닐까. /p169
커피를 재배해서 판매하기만 했던 말레마을의 커피농부들이 처음으로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를 맛보던날, 비싸고 좋은 로스팅 머신은 아니었지만 매일 사용하는 화덕에서 옥수수를 볶던 프라이팬에 볶아지는 원두의 향은 어떤 커피맛일지 궁금해졌다. 그들이 더 많은 커피나무를 수확하고 품질이 좋은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서 찌아를 마시는 시간보다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커피 한 잔 하자" 라는 말을 하며 이들을 한 번쯤은 떠올려 주기를 내가 마신 공정무역 커피 한 잔이 희망으로 심고, 키우고 가꾼 그들이 꿈에 조금더 가까이 다가 설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무심코 마신 커피한 잔에 이렇게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 정성, 땀과 눈물이 담겨 있음을 어쩌면 이내 잊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공정무역"에 조금더 관심을 갖고 나부터 참여한다면 그들의 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주지 않을까? <히말라야 커피로드>는 제작진 전원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EBS다큐프라임 3부작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책장을 덮고나니 더욱 궁금해져서 찾아서 보려고 한다. 2011년 한 해도 많은 분들이 커피 한 잔의 기적에 동참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