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여행은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산책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며 '여행자'로서만이 아니라 삶을 가꾸는 '창조자'로 살아보는 일이다. 사실이건 몽상이건 이런 여행을 통해 세계와 좀더 가까워진다면, 다른 삶을 보면서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접근해간다면, 세상에 이만한 여행은 없다. /p9

 

 

책을 읽기 전엔 저자가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는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저자가 여행을 다녔던 장소들과 그가 읽은 책과 함께 한 여행이야기.  '여행'이라는 단어에도 설레임을 감추지 못하는 나 이기에 박준님의 신간 제목을 보고는 들썩일 수 밖에 없었다.  짙은 녹색 양장본 페이지에 그려진 안락의자는 없는 안락의자를 만들어서라도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책읽기를 시작하고 싶을 정도였다. 

 

내게 여행마저 허락하지 않았던 일상에서 책읽기는 참 편안한 일상 회피 수단이었던것 같다. 꼭 무슨 목적이 있어 떠난다기 보다 일상을 피하고 싶을때 떠나기를 반복해왔던 지라 그런 습관을 여행으로 해소 할 수 없을때 가까이 있었던 책은 안전한 탈출구가 되어주었던것 같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나 내가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고 컨트롤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여행이 어디있을까?   책을 가까이 하면서 부터 생긴 습관 중 하나는 외출, 여행할 때도 그곳에서 읽을 책부터 챙기게 되는 거였다.  가서 읽지 못하더라도 없는 것 보다는 약간의 무게를 감당하고서라도 일단 챙겨 들고 나서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낯선도시에 도착했을 때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은 '여행의 기술'이 되기도 한다. 단지 기분을 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여행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카페가 낯섦을 덜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며 유리창 너머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잠시 후 주변의 모습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낯선 곳이라도 카페에 앉아 거리와 카페 안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그곳에 익숙해지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p48

 

 

여행은 아름답다.  여행은 두렵다.  여행은 설렌다.......청춘은 아름답다.  청춘은 두렵다.  청춘은 설렌다.....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  어차피 구하고 싶은 걸 구할 수 없는 게 청춘이다.  방황을 아름답다고 용인하는 대가다.  청춘을 소유할 순 없다.  그래서 아름답다.  마치 흘러간 여행처럼..../p146

 

 

꼭 짐을 꾸려 떠남이 여행만은 아닐 것이다.  떠날 수 있는 상황이나 여건보다 떠날 수 없는 현실이 더 많기에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게 아닐까?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만 머물게 하기보다 내가 직접 실행으로 옮겨보는게 백 번 듣고 읽어 보는것 보다 나을 때가 있다.  가끔 주변에서 여행을 동경만 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넌지시 조언을 하곤 한다.  "일단 한 번 떠나봐. 떠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게 여행이야." 생각에만 머물고 떠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출간되어있는 여행안내서가 아니라도 넘쳐 나는 인터넷 정보로 여행지나 여행에 대한 정보는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남들과 같은 일정, 같은 스타일의 여행이 재미없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꼭 짜여진 일정대로가 아니라 하루쯤 여행지에서 느긋하게 현지의 일상속을 거닐어 보는 것도 여행이라는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여행했던 도시들을 떠올리고 찾아보게 된다.  여행지 명소를 한 군데라도 더 보고, 사진을 더 찍어오는게 다는 아닌 것 같다.  하루를 머물더라도 마음으로 그곳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이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되어주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다음 여행지를 마음속으로 순위를 매기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던 책.  이 책을 읽으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 잠 재울 수 있을거란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던 것 같다.

 

 

김화영 교수의 글처럼 '떠난다, 문을 연다, 깨어 일어난다'는 청춘의 본령이다. 여행을 하며 보낸 하루하루의 시간은 내게도, 스무 살 청춘에게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여행을 마친 다음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면, 청춘과는 다른 인생의 단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청춘은 이미 한참 지나버린 후다.  그러니 청춘의 시절에는 원하는 대로 여행을 즐겨라.  원하는 모든 것을 시도하라.  때로는 가이드북의 정형보다는 방종이 더 유익하다.  청춘에겐 더욱 그렇다. /p337

 

  

세상은 한권의 책으로 말한다면 난 살아가며 몇 페이지나 읽어볼 수 있을지 조금더 열심히 바쁘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아직 내가 모르는 넓은 세상이 궁금하지 않은가?  책 이라는 간접경험을 통해서 무한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것 또한 '여행'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던 중 책과 지난여행의 기억속으로 떠나는 몽상가의 여행을 시작한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집필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도 그가 많은 곳을 떠나 보고 느끼며 체험한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경험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상상과 떠남을 독려하는 듯한 그의 글을 읽으며 많은 분들이 조금 더 큰 세상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책의 집필을 마치고 조금 먼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저자.  그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쯤일까?  

 

 

461,918km를 날아 29개의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는 없었다.

안락의자와 8,894page의 책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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