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도 그런 날이 있어 - 스물아홉과 서른 사이 서울에서 길을 찾다
권지현 지음 / 마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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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시간이 조금 더 빨리 흘러서 이 지루한 학교 생활을 좀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학교가 아닌 사회로 나서면 재미나고 신나는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막연한 신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십대에서 이 십대, 이 십대에서 삼 십대를 넘어가는 그 시기의 기분이 이랬을까?  막연한 신비감, 플러스 두려움?  저자가 스물 아홉과 서른사이이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담백, 감성적으로 담은 에세이인 듯 하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던 이 십대, 그러나 시간은 흘러만 갔고 어느덧 이 십대와 삼십대의 문턱 사이에서 느끼는 기분이란 지금 생각해도 열 아홉 에서 스무 살로 넘어가던 그 시기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 모습이 다르다는 생각에 괴로울 때가 있다.  나는 착하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이 착하게 봐주니 착하게 행동해야 하고, 나는 그 사람이 싫은데 주위 사람들이 서로 잘 지낸다고 생각하니 사이좋은 척을 해야 하고,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좋아 뭐든 다 해주고 싶은데 부담스러워 할까봐 적당히 좋아하는 듯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p20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생각과 주변 환경들은 제자리 걸음인 걸 알았을 때 한 번씩 좌절하곤 한다.  나이만 먹어가며 생각도, 내면의 나도 알아서 성장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변화하지 못하는 건 왜 일까?  아직도 싫은 사람 앞에선 싫은 티를 내는 철부지 십대 소녀의 내면을 갖고 있고, 좋아하는 이들에겐 한없이 마음 길을 터주곤 한다.  그러다 뒤통수를 맞을 때도 있지만 금방 잊고는 또 반복하는 관계들을 겪으면서 나이만 먹어가고 있는 소녀가 내면에 자리하고 있으며 성장하길 거부하는 듯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몸과 마음의 성장이 왜 같을 수 없는 걸까?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지만 마음속에서는 관심과 무관심으로 선을 긋는다.  멋 부리지 않아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도도한 매력이 배어 나오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알아 갈수록 마음속에 점점 크게 자리 잡는다.  하지만 그 사람과 마주하지 않으면, 눈을 맞추지 않으면, 내 존재를 알릴 수 없어 언제까지나 그냥 아는 사람 정도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 / p67

 

 

일상에서 느끼는 성장통을 글, 사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준비들로 담은 에세이를 읽으며 그녀가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글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은 어른같은 나이 값을 하고 살고 있지 못해도 '나' 다울 수 있다는게 행복할 수 있다면 행복한게 아닐까?  가끔 나와 비슷한 또래들의 성장을 볼때면 뒤쳐지고만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러다 완전 낙오 되는 건 아닐지 불안해지는 마음에 뭔가를 더 해야할 것 같고 마음이 급해지지만 마음일뿐 실천되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은 몇 배 이상이 되기도 한다.  나이 라는 건 그냥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으나 나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앞 자리의 숫자가 바뀌는 그 즈음이 제일 심리적인 불안이나 생각들이 많아지는 시기가 아닐까?  남들과 같은 속도로 세상의 나이에 쫒겨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끔 좌절하거나, 힘겨워 하는 날들도 있겠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기에 자신을 되돌아보며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막연히 떠도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한다는 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다독여지는 기분에 즐거운 즐거운 책 읽기를 했던 시간이었다.

 

내 삶의 마지막에는 분명 지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들이 맞춰져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날이 올 것이다...중략...하나하나 작은 퍼즐 속에 담긴 인연들을 생각하면, 오랜만에 마나도 어제 밝게 인사하고 헤어진 듯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적당한 거리 따위는 잊고 힘이 되고 휴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잣대에 비추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손해 보는 것만 같은 양보로 기쁠 수 있다면 그거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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