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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를 죽이려고
이제하 지음 / 뿔(웅진)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24866124605168.jpg)
책을 읽으려고 들고는 제목을 읽어보고 앞 뒤 책표지를 읽어보며 제목이 왜 『마초를 죽이려고』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과거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사회에서 아버지,스승,이라는 이름이 크게 다가오던 시대와 달리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친구같은 멘토, 멘티와 같은 어렵지않은 스승의 존재를 원하는것 같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스승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문학상을 많이 수상하신 작가님의 책이라, 또는 가벼운 책들 위주로 읽다보니 문학의 깊이가 있다고 느껴지는 책들을 읽을땐 살짝 긴장하게 된다.
자의로건 타의로건 인연이 닿아 내가 마음속에 스승으로 모신 사람들은 모두 재미있는 구석을 한 가지 이상씩은 다 가지고 있었다. /p120
지헌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이끌림에 사제계약서라는 걸 작성하며 인생의 첫번째 스승을 모시게된다. 어린시절 스스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몰랐을 그에게 그가 '대빵'이라 칭하는 아버지의 이끌림으로 맺어진 사제계약이 대빵이 스승에게 자신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는걸 알게 된다. 그와 스승의 사제계약이 담긴 계약서가 스승의 손에 의해 갈가리 찢겨 마당으로 흩뿌려지던 종이 조각들의 모습이 그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건 그의 의식 깊은곳에 '스승'에 대한 완전한 믿음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상처로 남아있게 되었던건 아닐까?
내가 처음 선생님을 찾은 것은 당신의 재능에 공감해 감동을 받고 그런 것을 흠모해서가 아니었다. 전람회나 화집 같은 데서 선새임의 그림을 자주 보아오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어찌 됐든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내가 선생님을 찾은 것은 좀 막연하기는 하지만 뭐랄까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의 그런 이미지 때문이었지 당신이 무슨 대단한 화가라거나 하는 그런 것으로서가 아니었다. 어른이란 소리가 너무 막연하다면 윗사람, 그것도 막연하다면 조언을 받고 따라야 할 대선배 같은 것이라 해도 좋다. 요컨대 그것으로 뭔가를 배우고 가치척도를 삼아야 할 아버지 같은 기둥이나 뿌리가 내게는 필요했던 것이다./p131
책의 이야기는 지헌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그의 생각과 그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진행된다. 지헌이 여자친구 지은의 꿈 얘기를 듣고 무작정 찾아간 화가 최홍명..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스승을 찾는다는게 좀 아이러니했다. 가정에서 아버지 롤모델도 제대로 보고 자라지 못한 그였기에 인생의 '스승'에 대한 갈망이 더 컸던건 아닐까?
생각보다 잘 읽어지기도 했고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스승 찾기,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라 그가 스승을 이야기하는 부분 보다는 그가 자신의 어머니와 스승의 부인과, 연인이었던 서채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 유의해서 읽었던것 같다. 그는 어릴때 집을 나갔다가 대빵이 사고로 죽고 어려운 집안사정을 수습해주고 돌아온 어머니는 다 큰자식들을 다시 휘두르며 자식들 바로잡기를 머뭇거리지 않는 강인한 캐릭터였다. 스승의 부인인 혜수사모님도 평범하진 않아서 과연 이런 캐릭터가 가능한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남편의 예술을 위해서 집안들 드나드는 서채리와의 연인관계를 인정하고 있으며 서채리와도 너무 잘 지낸다. 서채리의 캐릭터 또한 앞의 두 여인과는 뚜렷하게 달라서 이 여인이 정말 보통은 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천진난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그녀는 비슷한 연배이기에 그녀의 행동이나 지헌의 눈으로 바라본 모습들이 더 눈으로 쫒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 여인의 이야기를 위주로 조금더 풀어주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언급한 말이라 신뢰가 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고 그 감독의 작품이라 편하게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웃어른 혹은 나이나 이력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저도 모르게 당신을 향해 선생님이란 소리가 스며 나왔다면 그것은 당신의 타고난 품성에서 비롯됐다는 것 외에 무슨 까닭이 더 있었겠는가. /p261
지헌이 스승의 의미를 찾는 과정은 내게 크게 와닿지도 의미가 전해지지도 않았다. 읽는 동안 남자의 시선이 스승을 좆는 이야기 보다는 어머니, 혜수사모님, 서채리를 이야하는쪽에 더 관심이 같던건 같은 여자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내가 아닌 아버지나, 남동생이 읽었다면 공감하는 부분이 또 달랐을까? 문득 남자분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나와는 어떻게 다른 시각으로 읽어졌을지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