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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디자인에 눈을 뜨다 - 문화와 환경이 어우러진 도시디자인 산책
김철 지음 / 조이럭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도시가 디자인과 함께 변화하기 시작한 건 얼마나 되었을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도시와 디자인' 재미있겠는걸? 이라는 생각에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변화하는 도시들을 본다. 들쑥날쑥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알록달록 색을 발하며 걸린 간판들이 질서 정연하게 자리잡아 가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걸 보면 이제 먹고 사는것 과 함께 디자인도 요구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디자인이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이야기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그 도시를 이야기 하기전에 있는 그대로 눈에 보여지는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더 좋은 방향과 미래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거리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간판이나 디자인은 때로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파리의 대표적 거리인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디자인의 규제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계적인 햄버거 브랜드인 맥도널드의 간판은 도시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 특유의 빨간색 간판 대신 하얀색을 쓰기까지 합니다....중략....그러나 간판과 건물에 적용되는 이와 같은 규제의 철학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문화로 존경받는 지금의 파리가 앞으로도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지켜내는 파리의 자존심'은 '존경받는 파리 시민의 자존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지킨다는 것을 고달픈 것쯤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매우 낯선 풍경입니다. 도시를 개발하고 계획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언제나 '사람'에 두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p44-45
저자는 유럽의 도시디자인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연구했다. 현지 답사에서부터 그들이 긴 시간을 기다려가며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하는 디자인 환경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세심하게 담아내고 있다. 한편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의 디자인들은 우리것을 지키기 보다는 서구 문명을 쫒다 보니 우리고유의 문화를 많이 훼손되어 특정지역에 가야 옛 문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조차도 관리가 제대로 되고있지 않아 유실되어가고 있는 문화재가 많다는 것이다.
도시디자인은 단지 눈으로 보이는 외형상의 모습만이 아니라, 철학을 품은 그 이상의 것이기도 합니다. /p51
그림으로 표현되는 상점의 이름은 오히려 글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소통의 방법이 단지 문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건물 전체를 빼곡하게 덮은 간판이 눈을 어지럽히는 골칫거리가 된 우리나라 도시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수백 년을 견디고 오늘날 '도시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바닥간판의 감각과 여유는 이방인에게 잔잔한 감동과 기쁨을 선물합니다. /p132
새로운 것이 다 좋은건 아니라는 생각, 유럽의 도시들을 만나면서 다시 해보게 된다. 옛사람들이 남긴 디자인에도 철학과 역사가 담겨있고 혼이 깃들어있는 것이라 생각하여 도시를 디자인하고 변화를 추구할 때 기존의 것을 염두에 두는 그들의 배려는 진지하기 까지 하다. 어쩌면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에게는 찾을 수 없는 모습들이 아닐런지? 생각해보게 된다. 책에서 제시하는 수치들이나 역사적인 배경들은 어쩌면 '도시 디자인'이라는 책의 주제만 가지고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광화문 광장이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와 광장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이 오가고 여유로운 일상의 모습들이 부담없이 머물 수 있는 편안한 소통의 공간, 집회나 행사뿐 아니라 일상 속 어울림의 모습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환경을 광장으로 정의한다면, 광화문 광장이 그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는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바닥에 질펀히 앉아도 어색함이 없고, 사람의 체온이 스미고 이야기가 스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기 배인 그곳이 광장입니다. 지루한 도시의 삶과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건물들이 연속되던 찰나에 나타나는 쉼표와도 같은 공간인 것입니다. /p196
도시 디자인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결국 '사람을 위한, 다음 세대와 미래를 위한'디자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책에서 언급된 광화문 광장, 청계천등은 처음엔 논란이 많았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지금도 꾸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도시 디자인과 녹색성장, 친환경도시로 변화하는 유럽의 도시들을 소개하는데 책 한 권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 대한 소개는 미미한 편이고 앞으로 변화해야 할 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약간 아쉬웠다고 할까? 찾아보면 우리나라에도 친환경도시로 잘 가꾸어진 소개할 만한 도시도 있을 것 같은데 유럽의 디자인에만 촛점이 맞추어 진 것 같아 약간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그 내용들에서도 분명 배울점은 있을 것이고 또 이런 책이 출간됨으로 인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보다는 과거의 역사를 수용하면서 '사람' 중심의 디자인, 그리고 한 세대 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먼 미래까지 생각하고 배려하는 우리 고유문화의 색을 품은 '도시디자인'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결국 '사람을 향하는 도시디자인'은 사람들이 관심과 사랑을 내줄만한 가치를 느끼도록 환경을 만드는 도시발전전략의 다른 언어입니다. 사람에 대한 소탈한 철학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사람 가까이에 다가서 있는 도시의 얼굴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