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이 너무나 눈길을 끌어 다른 책표지 글들은 눈이 좀 적응된 후에야 들어왔다.  <임신 캘린더> 어? 이걸 왜 내게?  하며 가우뚱 하며 책표지며 작가프로필을 보니 책의 제목 책속 단편 제목중 하나였던 것이다.  나도 보유중인 도서인 <박사를 사랑한 수식>의 오가와 요코의 또 다른 작품.  그녀의 책은 <임신 캘린더>가 처음으로 읽게 되는 소설이라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투명한 악몽처럼 오싹한 세 편의 소설이다."

 

책표지 이 한줄의 문구가 약간 망설이게 했다.  워낙 공포물이나 잔혹스릴러와는 담을 쌓고 있는지라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안의 내용을 휘릭~ 들춰보았는데 그런 내용들은 아닌것 같다.  "그럼 무슨 내용이지?" 더욱 궁금해진 책의 내용.  책은 세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임신 캘린더/ 기숙사 /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임신 캘린더/

임신을  한 언니, 여동생, 형부 이 세명이 주요인물이며 임신을 한 언니의 심리상태를 보는 동생을 화자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상적으로 알고있는 '임신' 하면 두가지가 떠오른다.  모든 이들의 축하를 받는 축복받는 임신,  축하받지 못하는 임신.   <임신 캘린더>에서 임산부인 언니의 심리는 임신을 타인의 일인것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몸에서 자라는 새 생명을 '생물'이라 지칭하기에 이른다. 

 

 "이 안에서 제멋대로 쑥쑥 자라고 있는 생물이 내 아이라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가.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어서 도망칠 수 없어.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도중에, 입덧과 M병원과 이 남산 같은 배, 그런 것 모두가 마치 환영인 것만 같은 순간이 있어.  그 순간, 에이 다 꿈이었잖아 하면서 기분이 후련해져.  그런데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내 배를 보면 다시 우울해지는 거야.  아아, 내가 이 아기와의 만남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어." -64  '

 

어쩌면 '임신' 어쩌면 당사자에게도 축하받을일 만은 아닌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이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이 기혼자의 임신은 '축하받는 일' 이라고 각인 된건 아닐까?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엇 도망칠 수 없어." 언니가 임신에 대해 표현한 말이 처음엔 '뭐 이런사람이 있지? 싶었지만 그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왠지 그럴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모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자의 심리에 대해 날카로울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 임신에 대한 새로운 작가의 시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임신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중인 언니에게도 임신이란 2년간의 기초 체온표의 변화, 입덧으로 음식을 멀리해야하는 요인이며, 초음파를 통해 볼 수 있는 사진이다.

 

이런 언니를 곁에서 보살피는 동생의 무던함도 눈여겨볼만 했다.  언니의 심한 입덧에도 무엇이든 먹이고자 노력하고 집안에서 나는 음식냄새를 괴로워하자 정원에서 밥을 먹는다.  절대 반항하지 않는 동생.  그저 언니 옆에 있어주며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   그리고 언니의 남편도 아내의 임신을 방관? 지켜보는 제 3자 같다.  설레임도, 거부반응도 없지만 아내의 기분이나 몸상태에 대해 새로운 상황이 되면 조용히 있는것으로 상황을 대처한다.  임신이란게 뭔지 알기나 하는걸까?

 

등장인물 누구도 생명의 존엄이나 부모가 되는 기쁨, 책임감, 아이의 장래에 대한 희망이나 현실감을 볼 수 없다.  어쩌면 우린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보존이나 종족의 보존은 생물의 본능이라고 배웠지만 우린 본능적인 행동에서 점차멀어지고 있다.  태어난 아기들은 다 이쁘다.  그 아기들을 이뻐 할 줄은 알지만 막상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큰 것 같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투명한 악몽 처럼 오싹한' 감정을 얼핏 알 것도 같다. 

 

책에는 세편의 단편에 세명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세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느낌은 책 표지 짧은 한줄로 표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때가되면 찾아올 기다림의 끝.  출산, 멀리 떠난 남편과의 재회, 결혼은 어쩌면 여자에게 인생을 살면서 한번은 거쳐야 하는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낯설고 두려운 미지의 세계.  저 편엔 미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늘 도사리고 있다.  그 끝을 보기 전까진  미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늘 곁에 있는것 아닐까? 

한번 읽었을때는 '뭐지?' 했던 책의 내용이 두번 읽었을때 곁에 살짝 와 닿았다.  하지만 아직도 정리 되지 않은 듯한 약간의 혼란스러움과 그 무엇이 여운으로 계속 남아있다.  이 책으로 인해 <박사를 사랑한 수식>이 궁금해졌다.  과연 그 책에선 작가의 어떤 글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