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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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에서 패한 인조는 청나라에 굴복하는 의미로 소현세자를 볼모로 보내게 된다.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8년의 세월을 고독과 슬픔, 분노와 안타까움등을 감수하며 모진세월을 견뎠던 소현세자. 

책을 읽기전 황금빛 책표지에 반쪽의 얼굴만 보이는 강인한 느낌과는 달리 마음이 답답할 정도로 안으로 참고 조심하는 이미지의 소현세자였다.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긴 했지만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적의 땅으로 끌려간 세자가 적의 나라에서 돌아오기까지의 세월, 그 긴 세월 동안 세자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세자는 다 알지 못했다.  다만 세자가 아는 것은 그것이 돌아오기 위해 가까워져가는 세월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멀어져가는 세월이었다는 사실뿐이다.  -p151

 

언젠가는 당연히 돌아가 왕의 뒤를 이어 조선의 왕이 될거라 생각한 소현세자.  그러나 적의 땅에서 보낸 세월 동안 조선에서 일어난 일들을 세자는 다 알지 못하고 돌아오기 위해 떠나있었던 시간들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멀어져가는 세월이었다니.  그는 단지 조선이 안전하기 위한 볼모 였던것일까?  그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말들이 그래서 더 고독할 수 밖에 없었던 세자라는 자리가 너무도 무겁고 외롭게 다가왔다.

 

"제가 군사의 힘만을 보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시대였으나 보다 무서운 것은 정치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전쟁은 오직 죽음을 위해 있지만 정치는 죽음까지 농락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없으면 백성을 어찌 살리겠습니까?  나라를 어찌 번성케 하겠습니까?  굴욕을 참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게 되겠습니까?  기다려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제가 다만 조선의 백성들을 생각할 따름입니다." -p312-313

 

정복자의 세상, 정복자의 세월이었다.  세자가 문득 어금니를 물고 생각했다.  부국하고, 강병하리라.  조선이 그리하리라.  그리되기를 위하여 내가 기다리고 또 기다리리라.  절대로 그 기다림을 멈추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나의 모든 죄가 백성의 이름으로 사하여지리라.  아무것도, 결코 아무것도 잊지 않으리라. -p316

 

소현세자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다른 누구도 아닌 조선의 백성을 생각하며 버텨온 것이다.  정복자의 나라에서 그가 참고 인내하며 살아돌아온 이유는 그 한가지 였던 것이다.  그가 보고 들은것을 조선에서 다 얘기하거나 전할 수는 없었지만 그 자신은 알고 있기에 잊지 않고 자신이 감내한 세월을 오로지 전쟁에 희생되고 죽어간, 그리하여 황폐한 조선을 위해서 그의 백성들을 위해서 살고자 함이었다.   소현세자의 마지막 2년을 담은 책이었지만 그 내용이 안타깝고 답답하였다.  또, 그렇게 기다리던 조선에 돌아오자마자 얼마 안되어 돌아가셨다니.  역사의 기록엔 인조가 봉림의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소현을 독살하고 그 일족까지 모두 죽였다고 한다.  정치란 이런것인가?  조선시대 또 하나의 아픈 역사였던 <소현>. 완전히 굴복한 자의 처지를 너무도 생생히 만났던 책. 시간이 흐른 역사이고 기록이 정확하지 않은 역사는 읽는 사람의 상상에 맡기게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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