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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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반까지 읽어나가면서도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이 약간은 어색했는데 점점 빠져드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살면서 받았던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들은 살아가는데 있어 정말 아무것도 아닐수 있는 부분이라는걸...마지막장을 덮으며 먼저 책을 읽으신 많은 분들이 격찬하는 이유를 나도 알것 같았다.  책을 덮고 나의 고교시절 일들이 생각났던건 그시절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이었지만..살아가는데 "이런건 아무것도 아니지"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고교시절이었던 십몇년 전에도 그랬었다.  상고재학시절 3학년 취업반이 되기도 전에 성형외과 상담을 받으러다니네 어쩌네 분주했던 시절.. 선배들 말이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외모가 어느정도 되지 않으면 취업추천서 조차 받을수 없단다.  그당시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로 학년이 올라 갈수록 시간이 흘러갈수록 불안하고 초조 했었다.  급기야 부모님을 눈물로 설득해서 흔하디 흔하다는 쌍커풀 수술을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일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취업을 해야하는건가? 외모가 뭐길래?.. <당시 대기업,금융권에 취직하는 아이들은 외모가 준수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외모에 집착하던 마음을 버리고 내 일에 충실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던것 같다. 고교시절 졸업하기 전에 취업해야한다는 마음을 버리자 국내 대형보험회사에 취직되었지만 그도 나랑은 맞지않아 수습기간을 마치고 나왔고, 공부를 더 하고싶다는 생각에  작은 회사를 다니며 야간대학을 졸업했고 졸업과 동시에 증권회사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나의 외모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시기였던것 같다.  증권회사 입사당시 IMF가 막 시작되었던 시기라 취업도 힘들었던 시기였다.   "난 그냥 나!! " 라는 당당함으로 마음이 바뀐 순간부터 얼굴도 마음도 편해진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가 나를 제대로 마주했던 시기 였던것 같다.   2010년을 살아가는 지금 어쩌면 내가 지나온 그 시절보다 더 겉모습을 중시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것만을 추구하다보면 나 자신은 없어지는게 아닐까?  <자신>을 제대로 보고 나를 사랑하기...  외모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내면의 아름다움에 충실 하기를 그리고 사랑하기를...

박민규 작가와의 만남. 조금은 낯설었고 한 문장씩 아껴가며 읽었던 책.
누군가 "이 책 어때?"하고 물어온다면 망설임없이 권해주고 싶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사실을 모른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p15

미인은 사실 남자보다 여자들 사이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해.  엄마의 아름다운 얼굴을 본 것은 아마도 그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야.  그 후 한번도 엄마가 드물게 예쁜 얼굴이란 생각을 한 적이 없어.  빛이 사라졌거든.   영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걸 직감으로 눈치 챈 거야.  이해가 가? 전구가 꺼지듯 어느날 갑자기 빛이 사라져버린 거야.  유리처럼 굳은 외형은 그대로지만 도리어 무서운 얼굴이란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았어.  그때 알았지, 인간의 영혼은 저 필라멘트와 같다는 사실을.  어떤 미인도 말이야... 그게 꺼지면 끝장이야. -p185

그럴 듯한 인생이 되려 애쓰는 것도 결국 이와 비슷한 풍경이 아닐까...생각도 들었다.  이왕 태어났는데 저건 한번 타봐야겠지, 여기까지 살았는데...저 정도는 해봐야겠지, 그리고 긴긴 줄을 늘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버리는 것이다.  삶이 고된 이유는...어쩌면 유원지의 하루가 고된 이유와 비슷한 게 아닐까, 나는 생각했었다. -p200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p228

누군가를 사랑한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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