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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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꾸로 타고난 인생..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시간을 거꾸로 사는 인생도 괜찮지 않을까?  젊어서의 청춘보다 늙어서 몸이라도 건강하다면 그게 더 낫지 않을까?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유년기, 나이들어 기력도 없고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노년기..  그렇다면 유년기가 인생의 마지막에 오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어린이로 태어나서 늙어 죽는게 평범한 삶이라고 볼때.  일흔의 나이로 태어난 아기라면.  이미 이 책을 읽기전에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인지 더 쉽게 와닿았던 글.

 

도대체 그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넌 막스잖아."  여러 해에 걸쳐 그는 몇 번이고 내게 그렇게 말했다.

"모르겠어. 그냥 막스라고만 생각했지.  엄마가 엄마지, 다른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이야.  누가 알겠어? 그렇다고 네가 다른 어떤 사물 같은 존재도 아니잖아.  장난감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네가 사람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어린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니고.  다른 어떤 사람.  아무튼 난 사람들이 뭐라 하든지 관심 없었어.  넌 그저 막스일 뿐이니까.  바보 천치 막스.  그 시가나 좀 줘. 그래. 좋은사람이긴 했지." -p55

 

막스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걸 자각하면서 친구가 된 휴이에게 왜 자기랑 친구가 되었는지를 물어본다.  다른사람들은 막스를 어린아이로 보지 않고 할아버지로 보는데.  휴이는 왜 나랑 친구가 된걸까?  있는 그대로의 막스를 받아들인  유일한 친구인 휴이.

 

나는 그것을 운명이라 말하고 싶소.  아니, 우연이라 해야겠지.  내 가슴이 가장 여린 순간에 당신이 우리 집 마당에 나타난 것은 우연이었소.  그때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이 더 잔인한 누군가가 아닌 바로 당신이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오.  그러나 앨리스, 그게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나이를 먹기 전에 아마 다시 사랑을 했을 거요.  마음껏, 그런데 당신 눈의 저주를 받아, 나는 아직껏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소. -p73

 

내가 앨리스에게 원한 것은 수수함과 편안함이었다.  그녀가 나를 사랑해주길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희망도 없었다.  다만 그녀가 사라진 뒤 수년 동안 나를 미치게 만든 한 가지 의문, 그 의문만을 풀고 싶었다.  마술사가 은화를 달래서 줬다가 손수건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본 관객이 그 은화를 다시 돌려달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다시 돌려달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종적을 감춘 그 세월 동안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그것을 알고 싶을 뿐이었다. -p190

 

말년이 되어 그녀가 입가에 잔주름을 더 이상 감출수 없게 될 때, 나는 더더욱 그녀를 갈망할 것 같았다.  열네 살 한창때 만난 소녀가 아니라 그 소녀의 변해가는 모슴 하나하나를 갈망할 것 같았다.  나의 앨리스가 풍만하게 성장한 다음 다시 살이 빠지면서 연약한 몸에 백발이 다 된 머리로 웃을 때마다 얼굴에 주름이 짜글짜글 잡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그녀가 내 팔 안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세월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것, 그것이 바로 내 희생의 대가가 아니겠는가. -p270

 

세월이 흐르고 막스는 더 젊어지며 우연히 마주친 앨리스!  이제 중년이 된 앨리스와 결혼도 하게 되었고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가족도 버리고 자신도 숨겨야하는 그의 삶이 정말 사랑 하나로 행복했을까?  자신의 특이한 인생 때문에 더욱 집착인 사랑인건 아니었을까... 안타까운 한편 그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못하는 앨리스도 안타까웠다.  그의 입장에서 쓴 글이기에 앨리스의 심경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막스를 진정 사랑했을까? 아니면 그녀 인생을 살아가며 그냥 잠시 살았던 남편들중 한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용서하는가.  우리가 어릴 적에 부모는 우리를 아주 세심하게 지켜보신다.  우리가 처음 내지르는 울음소리도 놓치지 않고, 우리가 내댇는 첫걸음이나 우리 입에서 나오는 첫마디 말도 놓치지 않으려고 절대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부모를 지켜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분들은 고독 속에 생을 마감한다.  당연히 우리는 부모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인 일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p332

 

나는 집에 돌아왔다.  마침내 집에 온 것이다.  그런데도 슬픈 것은, 절망적일 정도로 애틋하면서 슬픈 것은, 집에 돌아온 것을 알지만 내가 늘 혼자여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p394

 

태어난 모습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거꾸로 살아가야만 했던 막스 티볼리.. 그의 인생은 사랑을 위해 살았고 노력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것 같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핏줄과 그녀를 위해 살았던 그의 인생.  그의 고백은 잔잔한 울림으로 내게 남았던 글 이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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