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름을 쓰기로 했다 ㅣ 여름, 책
에밀리 헨리 지음, 이미정 옮김 / 윌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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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여름을쓰기로했다 #독파

#에밀리헨리

사이좋은 부모님, 다정한 남자친구, 대형 출판사에서 로맨스 소설을 출간한 작가인 재뉴어리는 해피엔딩을 써 내려가는 로맨스 소설을 집필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만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자신이 모르던 아버지의 또 다른 삶이 있었다는 걸 알고 그녀가 믿어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새로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호숫가의 별장으로 향한 재뉴어리는 그곳에서 대학시절의 오랜 라이벌인 오거스터스 에버렛 (거스) 을 마주치게 되는데... 독특한 이력을, 그 이력을 바탕으로 기묘한 소설을 집필해 데뷔와 동시에 평단의 찬사를 받은 순문학 소설가인 거스. 이들의 만남으로 재뉴어리는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될까?

두 사람은 여름이 끝나기 전까지 서로의 장르를 바꿔 소설을 완성해 보자고 내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서로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르의 글을 이들은 써낼 수 있을까? 장난처럼 시작한 내기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하고 깊어가는 마음 한편 오해도 깊어간다.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결코 가볍지 않고 우리를 흔들고, 상처 입고, 변화해가며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등 복잡다단한 마음의 결을 한 권의 소설로 완성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두 사람을 통해 보여준다.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둘, 가끔 거스의 뒷걸음과 침묵이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재뉴어리와 함께 지금의 행복을 즐기자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이들의 행복을 마주하게 된다. 사랑하고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는 변덕스러운 계절 여름이 돌아올 때마다 생각나는 소설이 될 것만 같다.

예술이나 정치에 관한 책들을 낸 끝에 내가 장밋빛 여성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무슨 비밀스러운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구는 사람들도 있다. “뭐든 돈만 되면 되죠. 뭐, 안 그래요?” 이렇게 말하면서 내가 여성이나 사랑에 관한 책을 쓰기 싫어한다고 털어놓기를 바란다._44p.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거 기대되는데. 너에게는 좀 벅찰지도 모르니까 좀 도와줄게. 로맨틱 코미디 특강을 무료로 해드린다고.”

“좋아. 그럼 나도 조사 방법을 가르쳐 줄게. 네 안에 잠든 허무주의도 깨워주고. 대신 넌 나한테 아무도 듣지 않는 것처럼 노래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춤추고,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줘.”_92p.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거스의 엄마는 떠나지 않는 대신 어떤 대가를 치렀을까? 거스는 또 어떤 대가를 치렀을까? 뱃속을 짓누르던 묵직한 기운이 가슴 안쪽과 손바닥까지 퍼져나갔다. 나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언제나 부모님의 사랑이 감돌았던 안전한 곳에 머물고 싶어서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책에 위로받았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와 똑같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재뉴어리,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면 언제나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게 드러나지.” _349p.

"우리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아니면 어떡해?" (중략)

"그럼 지금, 행복한 삶을 즐기자." 거스가 말했다.

“내 생각은 달라. 난 나만의 해피 엔딩을 썼고, 넌 너만의 새드 엔딩을 썼어. 우리는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걸 써야 해.”

“넌 아직도 유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게 최고의 로맨스라고 믿나 봐?”

거스가 웃었다.

깜박하고 현관 전등을 켜놓지 않았지만 걸려 넘어질 만한 것은 없었다. 거스는 현관에 가구를 가져다 놓지 않았다. 내가 아빠의 가구를 소냐에게 줬을 때 우리는 돈을 모아서 우리만의 가구를 장만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 일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거스가 마침내 열쇠를 열쇠 구멍에 집어넣고는 돌리기 전에 어둠 속에서 잠시 멈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내 얼굴 옆선을 감쌌고, 그의 따뜻한 입술이 내 입술을 포개어왔다. 거스가 뒤로 물러나자 내 머리카락이 그의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거스는 빠르게 말했다. “내가 너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유성에 맞는다면 행복하게 살다 간다고 생각할 거야.” _393p.

책에서는 언제나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지않았다. 나만의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1년 전이 아니라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해옥하게 함께 사는 것이다. 나의 행복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되었고, 오늘은 행복의 시작도 끝도 아니었다.

또 다른 좋은 날일 뿐이었다. 완벽한 날이었다. 지금 이 순간 깊고도 무한한 행복을 누리고 있어서, 아니 그렇게 믿고 있어서 내일은 걱정하지 않는다.

#소설 #모안믹스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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