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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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나는 가까운 사람을 죽게 한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닐까?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죽게 하며 살아간다. 직접적으로 피를 묻히지 않더라도. 저 사람이 죽게 되리란 걸 알면서도 내가 살기 위해선 상대를 궁지에 밀어 넣게 되는 게 사람이라고, 그것이 충실히 사는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나를 향한 이런 공격은 온당치 않은 거다. 이런 비열한 방식으로 나를 공격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 _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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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소설의 시작. 성공적인 커리어와 완벽한 결혼을 눈앞에 둔 주인공 현주에게 결혼을 앞두고 도착한 정체 모를 메시지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동생을 죽인 살인자”

어린 시절 엄마가 집에 들인 무능한 새아버지와 의붓동생 유미, 재혼이라기엔 동거인에 가까웠던 그들은 현주의 삶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에게 애정을 바라는 유미가 부담스러웠고, 무능하고 무기력한 새아버지가 못마땅했던 현주는 언제고 그들이 떠나기만을 바라왔다. 그런데... 엄마의 재혼을 말리고 자신은 대학을 합격에서 집을 먼저 떠나게 될 거라 생각했던 어느 날 엄마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어떻게 나만 이 집에 두고?' 그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현주의 삶. 설상가상 새아버지의 교통사고, 그가 내민 통장의 돈은 현주를 흔들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용돈을 쥐여준 유미가 외출한 사이 짐을 꾸려 서울로 향했지만 유미가 갔던 장소의 화재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죽을 줄 몰랐잖아! 내가 알고 보낸 건 아니잖아.' 하지만.... 현주가 유미의 학원을 등록해 주었더라면, 유미와 함께 있어주었더라면 유미는 죽지 않았을지도... 그녀의 외면과 방조가 유미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왔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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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성공적인 커리어, 멋진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현주에게 도착한 정체 모를 메시지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다. 이때부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후반에 이르러 놀라운 진실에 이르게 되고... 읽는 입장에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타인의 불행을 딛고 이룬 행복은 온전히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내가 외면한, 누군가에게 행했던 미필적 고의는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저지른 과거의 일은 완벽한 비밀이 되었기에 아무도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없다.

11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없었다. 유미는 이미 죽었고, 누가 나를 심판한단 말인가?_9p.

나는 자라면서 인생은 정해져 있는 거로 생각했다. 좋은 인생을 타고난 사람은 살면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나처럼 그렇지 못한 인생을 갖고 태어난 인생은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번쯤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 기회를 얻는 것뿐이다. 그 기회를 통해 후진 인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기회를 얻었고, 지금의 삶을 얻을 수 있었다._15p.

이쯤에서 묻고 싶은 게 있어. 진짜 기회를 가진 건 누구이고, 진짜 기회를 준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것이야. _191p.

#미필적고의 #기윤슬 #밀리의서재 #모안믹스7S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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