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미카의 거짓말
에미코 진 지음, 김나연 옮김 / 모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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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더라... 아마도 sns에서 보고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내 서재에 담아두었다가 한창 밀리의 서재 책장에 담아둔 책들을 읽어가던 중, 몇 페이지 읽어나 볼까? 하고 시작했다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쉼 없이 넘겼던 책.

와.... 아무런 정보 없이 책표지랑 제목만 보고 읽기 시작했을 때는 스릴러? 추리? 소설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소설이었다고? 이민자, 입양, 성폭력, 거짓말...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전혀 무겁지 않게 풀어가고 위트와 공감 가는 요소들까지 더하면서 캐릭터들도 무척이나 입체적이라 정말 무섭게 빠져든다.

열아홉,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어 입양 보내야 했던 미카. 그런데 16년이 지나 입양 보냈던 아이가 자신을 찾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 서른다섯인 미카의 삶은 엉망인데, 그녀의 딸이 자신을 만나보고 싶다고 한다.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이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현실을 감추고 싶어 시작한 거짓말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미카를 완벽하게 성공한 여성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완벽한 미카의 거짓말은 숨겨둔 과거의 비밀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만다. 너무도 안타까운 미카의 과거, 나아가지 못하고 버텨내지 급급했던 그녀의 삶에 친딸 페니와 양부 토머스가 등장하며 멈춰있던 그녀의 삶도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한다. (펑펑 오열 주의 구간 있음; 개인적인 견해)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평생 미카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사건, 좁혀지지 않는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묻어버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나'를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을 응원하며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미카의 거짓말이 후회와 사랑을 경험하며 삶의 본질과 모성을 알아가는 이야기는 잔잔한계절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개인적으론 이달의 책!)

미카는 스스로를 탁한 물에 사는 돌멩이라 여겼다. 아무 생각 없이,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그 자리에 머무르며 점점 가라앉는 중이라고 말이다. 조약돌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뭍으로 나올 수 없다. 그저 천천히 가라앉을 뿐이다. 내가 언제 가라앉았더라? 순간 명치끝이 저렸다.

엄마는 미카에게 좋은 주부가 되는 법, 요리하는 법, 손님을 대접하는 법, 가정부 노릇하는 법 등을 가르치려 노력했다. 모두 미카가 미래의 남편과 아이를 가질 날을 대비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미카에게 피임이나 섹스, 사랑, 갑자기 임신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은 짓이었기 때문이다.

“왜 나를 버렸어요?”

페니의 목소리 끝에 걸린 절망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미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한 번은 이 이야기를 해야 했다. 미카와 페니 사이에 이 문제는 늘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였는데, 서로 억지로 외면하고 회피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 잘못됐던 것일 수도 있죠.” 토머스는 또다시 말했다.

“그게 다른가요?”

“다르다고 생각해요.” 침묵 후에 토머스가 조용히 덧붙였다.

“부모도 가끔은 실수를 하니까.”

“꽐라, 나 봐. 다른 건 다 까먹어도 이건 기억해. 넌 존재 자체로 가치 있어. 이 세상에 한자리 차지하고 살 만한 사람이야. 네가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어." 하나는 뺨을 감쌌던 손을 미카의 심장 위에 올렸다.

“난 널 알아. 여행 가고 싶었고 그림 그리고 싶었던 욕심이 아직도 여기 살고 있잖아. 그게 널 갉아먹고 있는데, 너 혼자 끙끙 앓기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난 그게 무서워. 시간은 돌리고 싶다고 돌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불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너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결정할 수 있어.”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니?” 엄마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미카의 흐느낌이 점점 사그라졌다.

“나도 몰라요. 그냥 엄마한테 말하고 싶었나 봐.” 짐을 내려놓고 싶었다.

“이런 말을 해서라도 엄마한테 사랑받고 싶었나 봐.” 엄마는 두 손바닥을 미카에게 들이밀었다.

“이제 다 괜찮잖니. 좋은 직장도 있고, 페니도 있잖니. 넌 늘 불만이 많아. 세상에 만족스러운 게 하나도 없다고 징징거리지.”

미카는 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넉넉한 위로였다.

“아니요, 만족하지 못하는 건 엄마야.” 미카가 엄마를 가리켰다.

“그리고 난 빌어먹게 괜찮지 않아.”

미카는 그동안 반대로 살았다. 언제나 잃어버린 것, 놓친 것, 떠나보낸 아기에게 모든 포커스를 맞추며 살았다. 페니와의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서 그리워하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과거는 정해졌지만 미래는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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