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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든 두려움
알렉스 핀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평점 :

집 안은 후텁지근했다.
윙윙대는 파리 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나 썩은 냄새가 집 안 가득했어도 핏자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범죄의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즉시 집에서 나가야겠다고 판단했다.
1시간 후, 흰 방호복을 입은 조사팀이 휴대용 공기 센서를 들여다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소파에 누워 가슴 위에 책을 엎어놓은 상태로 발견됐다. 침실에는 말끔히 정돈된 침대 위에 소녀가 손에 휴대전화를 꼭 쥐고 곱게 누워 있었다. 다른 침실에는 어린 소년이 포근히 담요를 덮고 곰 인형과 함께 평화로이 잠들어 있었다.
조사팀은 스토브와 온수기도 점검했다.
팀원들은 침울해진 얼굴로 외부 가스관을 확인하러 정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아빠의 시체를, 뜯어 먹히고 남은 잔해를 발견했다._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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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난기류를 타고 흔들렸다. 매기는 팔걸이를 꼭 잡았다. 토미가 씩 웃으며 누나를 올려다보았다. 토미가 쓴 헤드폰이 너무 커 보였다. 이렇게 안전하고 든든한 느낌, 천하무적인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게 언제였을까? 그런 적이 있긴 있었나? 있었을 것이다. 샬럿이 살해당해 스톤크릭에서 시체로 발견되기 전에는 무서울 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 저 밖에는 괴물이 있다. (중략) 대니 오빠는 완벽한 소년은 아니었다. 술도 많이 마셨고, 인기 없는 아이들에게 특별히 친절하게 굴지도 않았다. 적어도 지난 수년간 오빠 사건을 조사하며 알게 된 내용은 그랬다. 그렇다고 살인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믿어야 했다. _417~418p.
"가족의 시체는 화요일에 발견되었다."_9p.
이미 강렬한 첫 문장, 비극을 알리며 시작하는 소설은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밤새 파티를 즐기고 돌아온 맷 파인을 기다리고 있던 FBI 요원에게 그의 가족들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가족들이 휴가차 떠난 여행이라고 알고 있던 맷, 하지만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타살 흔적이나 자살의 징후도 없는 상태라 멕시코 당국은 가스 누출 사고라 단정 지었다고 한다. 7년 전 살인자로 지목되어 수감 중인 형 대니, 시간이 흘러 맷을 제외한 가족은 모두 멕시코에서 몰살당하고 말았다. 왜?? 파인 일가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심지어 맷을 노리는 어둠의 손길은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는데...
맷, FBI 요원 캘러, 그리고 이미 죽은 인물들을 각자의 이야기를 과거 시점에서 보여주며 그들이 '어쩌면 여전히 살아있었을' 존재로 느껴지게 한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슬프고 울컥하기도...)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미디어 폭력, 그 안에서 부서지는 한 가족의 삶이 '콘텐츠'로 소비되며 진실보다 자극을 우선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보이는 것을 다 믿고 살 수 있을 것인가? 의문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빠른 전개와 의심에 의심을 더하는 사이 어느덧 놀라운 반전을 맞이하고 강렬한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참 잘 쓰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앞으로 출간될 책들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저 밖에는 괴물이 있어.
그걸 상대하려면 마지막 모든 두려움까지 직면해야 해.
그리고 끝까지 죽도록 싸워야지.”
‘누가 범인인가’보다 중요한 진실.
‘왜’ 그리고 ‘어떻게’ 이 가족은 파국에 이르게 되었는가!
“도와주세요.”
갑자기 손이 여자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카메라가 거칠게 움직이더니 화면이 먹통이 되었다.
에반은 몇 번 눈을 깜박이고, 생각을 집중하려 애썼다. 그는 싱크대로 달려가 손가락 두 개를 목구멍으로 쑤셔 넣었다. 토사물이 입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갈색 액체와 알약 캡슐. 대부분은 아직 녹지 않은 상태였다.
다리가 풀리고 생각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알약 중 일부가 혈류를 타고 흘러서인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방금 본 것을 이해해야만 했다.
휴대폰을 쥐고, 발신자 번호를 찾았다. 발신자 정보는 ‘몰로코 바’로 되어 있었다. 발신지 위치는, 툴룸, 멕시코. 머리가 어질어질한 채로 그는 번호를 눌렀다. 벨소리가 울리는 동안 그의 얼굴이 화면 구석에 떴다. 그러나 전화는 다시 연결되지 않았다.
전화 좀 받아,
제발, 제발 전화 좀 받아, 샬럿. _.79-80p.
"정말 유감이다."
맷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낡은 술집 앞에 있었다. 갈라진 벽틈으로 노랫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의 생각은 칼라와 조던 필과 나이트 샤말란과 영화 속 인물들의 운명으로 두서없이 흘러갔다.
그러다 불현듯 그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래서 그가 살아남은 것이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_3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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