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아나다
다카세 준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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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아나다 #독파

#다카세준코

이런 세상이 찾아온 날, 머리가 몽땅 다 빠져 없어지고 만 날, 마치카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뻤다. (중략) 모두 대머리이기 때문에 상관없다. 그런 세상이 모처럼 찾아왔으니까. 굳이 머리털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으니까. 대머리가 되어서 다행이다. 목욕이 즐겁다. _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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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사라져서 인생이 끝났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생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므로 어떻게든 적응해나가야 하죠. 이전과 똑같이 살아가거나, 머리카락에 대해 연구하거나, 자신의 변화를 타인에게 털어놓는 등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배출구는 필요한 법이잖아요. 제가 그 배출구에요. 진짜 머리가 있는. 그것도 빠지지 않은 머리가 아니라 전부 빠지고 난 뒤 새로 자라난 머리죠.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해요. 굉장한 기적, 혹은 지독하고 비열한 기적이라고. 숭배하건 원망하건, 배출구로 가능하기는 매한가지 아니겠어요?" _116~117p.

풍성한 머리숱, 나이를 불문하고 '탈모'에 예민하고 관련 제품이나 시술도 많아졌다. 모두가 대머리가 된다면? 「돋아나다」는 갑자기 발생한 원인 불명의 전염병으로 성인들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고 탈모로 인한 고민을 하던 사람, 머리카락이 잘리는 테러를 당한 학생, 모두가 탈모가 된 세상에서 갑자기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해 고민인 사람 등등 저마다의 고민을 가진 이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작, 머리카락이 빠지는 전염병이라고?

탈모로 고민인 이들에겐 희소식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겐 재앙이 아닐까? 묶고, 자르고, 컬러를 바꾸고, 다양한 펌으로 변형을 주어가며 신체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머리카락이 사라지자 일상이 단순해진다. 비누나 보디워시 하나로 머리까지 씻을 수 있고 샴푸하고 드라이해서 말리는 시간이 사라지니 씻는 것에 대한 개념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머리카락이 있고 없고 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이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나 안정되어가고 있는 시기에 나만 머리카락이 계속 자란다면? (오호... 꽤나 아찔할 듯...) 흥미로운 주제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머리카락이 사라진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어 생각의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만약.... 정말 이런 전염병이 퍼져서 모두 대머리가 된다면?이라는 상상만으로도 아찔?! 해지는 한편 '모두'라면 상관없지 않을까? 기발한 발상으로 풀어나간 이야기는 짧지만 예리해서 읽는 맛이 쏠쏠했던 책이다.

겨드랑이 털도 음모도 팔다리 털도, 심지어 입 주위 솜털까지도 남들만큼 나 있는데, 어째서 머리카락이나 눈썹같이 내가 원하는 털만은 만족스레 자라주지 않는 걸까.

전부 다 대머리가 되어 버렸으면 좋겠다. 한 명도 빠짐없이, 한 올도 남김없이. _36p.

모르는 사이에 적이 점점 늘어갔다. 머리숱이 없다는 것만으로.

다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어떻게 타협하며 살아가는 걸까. 상처는 어떻게 이겨내는 것일까. 용서하든 용서하지 않든, 그 어느 쪽이든 스스로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것마저 버겁다. 마치카는 자신만 상처받고 사는 게 아니란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추녀, 뚱보 땅딸보처럼 진부하면서도 직설적으로 남을 비하하는 단어들은 대머리 외에도 아무렇지 않게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오직 대머리만이, 언제까지고 남에게 당당히 겨눠도 되는 칼날로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_101p.

모두가 대머리니까 나도 대머리가 되고 싶었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걸, 다쿠마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깨달았다. 대머리가 되고 싶다는 건 거짓말이고, 모두와 다르고 싶지 않다는 것만이 진심이었다. 남들과 달라서 눈에 띄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기에 무섭다. _149~150p.

머리카락이 있고 없고 하나로 이렇게나 고달파야 한다는 게 우스웠다. 우습지만, 우스워지지 않으면서 누구와 관계를 맺는 법 또한 알지 못했다. _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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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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