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에 갇힌 여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5월
평점 :
미출간






#거짓에갇힌여자 #가제본서평

#데이비드발다치

방 불을 끄고 나가려다가 문간에 잠시 서서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잠든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완벽과 거리가 멀고 종종 폭력적이기까지 한 세상에 존재하는, 완벽한 평화와 안전의 환영이었다.

밀실에서 죽은 대니얼 포틴저.

전화해서 거짓말을 늘어놓는 알 수 없는 여자.

종잡을 수 없는 일에 휘말려버린 자신.

새삼, 어둠 속에 도사린 미지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혼자 남겨진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싱글이고 경찰이었을 때는 어떤 적과도 맞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운동신경 뛰어난 경찰 시절은 옛말이고, 어린애 둘 딸린 엄마인 지금은 자신이 아주 불안하고 취약한 미물이 된 기분이었다. _64p.

싱글맘으로 어린아이 둘을 키우며 재택근무를 하는 미키, 어느 정신없던 하루 큰 건을 마무리하고 한 숨돌리려던 와중 직장동료라는 여자에게 전화를 받고 긴급하게 어느 저택의 현장을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도착한 저택엔 준비되어 있는 듯한 한 노인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직장에는 자신에게 일을 부탁했던 알린이라는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분명 자신이 오늘 끝낸 일과 상사와의 통화 내용도 알고 있던 여자. 어떻게 된 거지? 왜 자신을 시체가 있는 저택으로 보내 발견하게 한 걸까?

현장에 남겨져 있던 메시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단순 살인사건일까? 아니면 치밀하게 계산된 누군가의 게임판에 올라선 것일까? 이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알린이라는 여자는 자신을 '클라리스'라고 이야기하며 그녀에게 다음 해야 할 일들을 지시하고 움직이게 한다. 사건은 두 여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비밀이 너무도 많아 보이는 클라리스,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삶과 사건 사이에게 갈등하지만 결국 사건에 빠져드는 미키. 본격적인 사건 개입이 시작되려는데 가제본의 마지막 장! (아 아쉽!!!)

가장 치밀한 거짓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다음 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진심 치밀한 설계 장인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이라 어떤 반전이 펼쳐질지 기대가 돼서 출간이 빨리 되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언젠가는 여생을 함께할 상대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왜냐고? 피터 깁슨이 앗아간 것 중에, 그 목록 자체도 꽤 긴데, 가장 큰 것이 신뢰였으니까. 남자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더 나쁜 건 그녀 자신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졌다는 거였다.

어쨌든 당장은, 자산 20억 달러를 어디엔가 꿍쳐 놨지만 안타깝게도 빚이 40억 달러에 이르는 불량 사업가를 추적할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사기꾼으로 가득 찬 세상에 또 한 놈의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사기꾼이었다. 20년 전에는 전 세계 통틀어 억만장자가 5백 명 안짝이었다. 지금은 거의 3천 명에 달했다. 엄청난 부의 창출이 이루어진 것이다. 극소수에게만.

나머지는 부스러기조차 못 얻었지, 깁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교외에서 싱글맘으로 평범하게 살던 깁슨의 삶은 지옥행 열차에 올라탔다._15~16p.

손전등을 딸깍 켜고 광선이 한데 모이도록 각도를 조절했다. 다른 손은 베레타 손잡이에 얹었다. 안으로 네 발짝 옮겼을 때 소음과 기류가 어디서 오는지 분명해졌다. 입구에서 한 뼘 거리에 배터리로 작동하는 선풍기가 놓여 있었다. 안으로 더 들어가 봤다.

그때 냄새가 덮쳤다.

젠장, 나 이거 뭔지 알아.

복도가 곡선으로 나 있기에 깁슨도 따라서 방향을 틀며 걸었다. 축축한 돌벽을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나아갔다. 아마도 저택 건축 당시부터 있었던 돌벽 같았다.

계속 걸으면서 불빛을 양옆으로 왔다 갔다 하며 비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고 빛을 한자리에 고정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휙 그어놓은 듯한 하얀 선과 색깔 있는 한 쌍의 점이 보였다. 치아가 훤히 드러난 입과 툭 불거진 두 눈이었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키가 크고, 회색 머리칼이 가느다란 노인이었다.

그리고 딱 봐도 죽은 상태였다. 냄새의 진원지가 이것이었다.

부패한 정도로 보아 생명이 꺼진 지 한참 된 것 같았다. _29~30p.

“그럼 저는 용의선상에서 제거된 겁니까?”

“완전히는 아니고,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설리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연락드리죠.”

“저기, 혹시 보조할 사람이 필요하진 않으십니까?”

“버지니아주 경찰은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미안합니다.”

깁슨은 거절을 받아들이는 걸 보여주듯 한 발짝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설리번이 컴퓨터를 흘끔거리며 말했다. “극적인 변화였겠어요. 현장에서 발로 뛰다가 집에서 작업하게 된 거요.”

“그랬죠. 그런데 부모가 된 게 더 극적인 변화였습니다. 일생일대의 변화라고 할 만큼요.”

설리번이 떠난 후 깁슨은 오늘날 자신의 직업적 인생이 흘러가는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봤다.

내가 무슨 일에 말려든 거지? _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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