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 -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 원작소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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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밀리의서재

#도널드웨스트레이크

나 자신이 제어되지 않았다. 자꾸 머릿속에 많은 가능성이 떠올랐다. 만약 그가 해고된다면…… 이를테면 과도한 음주로 주어진 작업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거나 작업 현장의 여직원과 불륜을 저질렀다고 잘린다면. 다발성경화증 같은 소모성 질환에 시달려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불운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그래. 안 될 거 없어.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잖아. 교통사고, 심장마비, 석유난로 화재, 뇌졸중……

그가 갑자기 죽어버린다면. 아니면, 갑자기 중병에 덜컥 걸려버리거나. 그럼 나를 반기겠지? 모든 면에서 그보다 나은 사람이 불쑥 나타났으니.

필요하다면 그를 죽여야 했다. _52p.

평범했던 중산층 가장의 광기 어린 취업 투쟁기, 그런데 제목이 왜 '액스(ax)' 도끼일까? 그것도 살인마가 설치고 다닐 거 같은 피 튀기는 책표지가 글의 소재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데...

오랜 세월 제지회사에 근무하던 버크 데보레는 갑작스러운 해고로 휘청이지만 이내 금방 재취업할 수 있을 거라며 노력한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초조해 지던 중,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기업이 그들의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해고 한 것처럼 데보레 역시 자신의 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기로 한다.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데보레의 치밀한 계획과 노력, 아내의 미심쩍은 행동과 생각지 못했던 아들의 범죄까지... 데보레는 가장으로서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와중에 그의 가정이 조금씩 균열이 가고 흔들리고 있었다. 회사가 원하는 한 명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보레의 어쩔 수가 없는 살인은 무자비하고 극단적인 재취업 활극, 결말까지 참으로 안도하게 되는 절묘한 마무리! 마지막까지 읽긴 했지만 영화는 못 볼 것 같은 것으로 결론을...

“그럼 펜실베이니아로 이사를 가게 되는 건가요?”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이면 다행이게?”

내가 말했다.

마저리는 아직도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태평한 마저리를 탓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건 이 문제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온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하지만 가끔 외로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서둘러 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살인이라도 능히 해내야 한다. _8p.

나는 레인코트 밑에서 루거를 꺼내 열린 유리창 밖으로 불쑥 내민다.

“이거 보여?”

그가 총을 빤히 쳐다본다. 보나 마나 많은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이 총 살래요? 오다가 찾았는데 당신 총입니까?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치게 될지 모르겠다. 그가 총을 응시하고 있는 동안 나는 방아쇠를 당긴다. 루거는 튀어 오르고, 그의 안경 왼쪽 렌즈는 산산이 부서진다. 그의 왼쪽 눈에는 수직 갱도 같은 구멍이 뻥 뚫린다. 그 구멍은 지구의 중심까지 이어질 듯이 깊다.

그가 뒤로 넘어간다. 법석 부리지 않고 그냥 반듯하게 쓰러진다.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우편물이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흩어진다. _22p.

미쳐서 나가지 마. 그냥 나가.

지난 1~2년간 대량 인원 삭감에 대한 소문이 돌았었다.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소수의 직원들이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전 준비에 불과했고, 모두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1995년 10월, 급료 지불 수표와 함께 노란색 용지가 도착했을 때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한동안은 비참한 기분도 들지 않았다. 모든 게 사무적이고 직업적으로 느껴졌다. 버려진 게 아니라 양육되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나는 버려진 게 틀림없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할시온 밀스의 벨리알 밀에서 일하는 직원 수는 2,100명에서 1,575명으로 줄었다. 무려 4분의 1이 해고된 것이다. 우리 제품 라인은 완전히 접혔다. 11번 기계는 고철로 전락해 팔렸고, 우리 작업은 캐나다의 계열사가 고스란히 흡수해버렸다. 내게는 5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안에 새 직장을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봉급은 크리스마스 시즌까지는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고마운 사람들. _24p.

하지만 간혹 근심을 자아내게 하는 이들이 있다. 나와 비슷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 나보다 살짝 나은 자격을 갖춘 사람들. 나와 같은 배경을 가졌지만 이력서상 학력이 나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이는 사람들. 나를 차선책으로 밀어낼 능력이 있는 사람들. 만약 광고가 진짜였고, 나 역시 그들 틈에서 이력서를 보냈었다면. _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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