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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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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손에쥐어야했던황금에대해서
#도서협찬 #오가와사토시
이런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우연히 과거의 지인과 재회하고 얼마간 서먹한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또 보자" 하고 말하며 헤어진다. 대개, 이런 유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기적적으로 교차한 두 인생은 그 후, 두 번 다시 교차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이 흘러간다. _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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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 버리는 일에 정신을 빼앗겨 엉거주춤한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었다.
이건 재능일까? 아니면 재능이 결여일까?
나는 '결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 역시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 _244p.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는 저자와 동명인 소설가를 중심으로 여섯 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편이라기엔 화자를 중심으로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는 하나의 큰 틀에 담긴 퍼즐 조각같이 맞아들어가는 묘미를 느끼게 한다. 취업 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여자친구의 권유로 자기소개서를 소설처럼 써보라는 권유에 취업이 아닌 프리랜서 소설가로 등단하게 된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과거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하고, 타인의 삶에 딱히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호기심에 자신이 직접 참여해 조사해 보기도 한다.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왜 그런 행동들을 했을까? 하고 추측하고 관심 갖기도 하는 소설 속 화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책은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가? 아니면 소설인가?"
라는 궁금증에 책의 내용에 더욱 빠져들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유쾌하고도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어 어쩌면 정말 저자 주변의 이야기, 또는 자신의 에세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기도 했다. 저자의 뛰어난 필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터너!!
"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라는 문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 인생에는 원그래프로 표현할 수 없는 잉여가 있다. 나는 입사지원서의 공백을 향해 그렇게 반론을 제기했다. (중략)
"소설이요. 여태까지 수없이 읽어 왔잖아요. 입사지원서에 소설을 쓰면 되는 겁니다. 구직 활동은 소설이에요. 당신은 소설의 등장인물입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거짓이어도 상관없어요. 진실을 쓰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_36~38p.
우리는 부분적인 진보 과정에서 악과 거짓을 내면화해 간다. 그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의 일부인 것은 틀림없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퇴화이기도 하다. 나는 성장하고 진보하며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을 용납하게 되었다. 입사지원서를 쓸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 대신, 수많은 분노와 슬픔, 기쁨을 잃어버렸다.
내게 구직활동이란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했다. 사회라는 범죄에 가담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도 역시, 우리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_15p.
'망각'이라는 현상은 불가사의하다. 우리가 '잊었다'라고 말할 때 많은 경우 우리는 완전히 잊은 게 아니다. 잊었다는 것은 어떤 기억의 부재를 주장하는 것인데 어떤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는 건 기억하는 것이다. 즉, '망각'이란 한편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중략) 진정한 의미에서 무언가를 '잊었을'때 우리는 기억의 부재조차 망각하고 만다. 즉, 잊었다는 기억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_8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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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