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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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여자의말을듣지않지 #도서협찬

#김이삭

마지막은 없었었어요. 마지막의 탈을 쓴 다음만 있었죠. _37p. (성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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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난신은 기존의 사회질서 '바깥'을 의미하게 된다. 설명할 수 없는 것, 기이한 것, 어긋난 것, 잘못된 것.

위험한 것.

'나'라는 경계선, 집이라는 경계선, 마을이라는 경계선, 사회라는 경계선, 모든 경계선 바깥은 두렵다. 바깥이 안으로 침범해 들어오는 것도 두렵고, 경계선 바깥으로 추방당하는 것도 두렵다.

그러나 안과 밖의 '사이',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떨까?

이 책에 실린 김이삭의 소설들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_278p.

선생님, 선생님도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_9p.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피해 고택에 머물던 체험담 <성주단지>, 의 첫 문장을 시작으로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는 시작된다. 학교의 금기를 어긴 청소년들이 겪는 학교 괴담 <야자 중xx 금지>, 옹녀의 시점에서 다시 쓴 '변강쇠전' <낭인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 혐오의 역사를 이야기한 <풀각시>, 조선후기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이야기인 <교우촌>등 주인공은 모두 여자들이며 (그녀들을 구해줄 남자주인공은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신도 그녀들을 돕지 않는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인물들이다. 폭력과 혐오의 대상으로 위협당하고 배제되어 안전한 세상 밖으로 밀려난 여자들, 천지신명이라고 그녀들을 말을 듣지 않았으며 그녀들을 기적처럼 구해줄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러기에 여성들은 괴담의 규칙을 깨고 그 밖으로 전진하며 논리적이지 않은 힘으로 대표되는 '괴력난신' 귀신, 괴물 등에게 말을 건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름이면 찾게 되는 으스스하고 스산한 이야기는 역사적 고증과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설화 등을 넘나들며 엮은 이야기라 더욱 빠져들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한성부, 달 밝은 밤에>의 드라마화 확정된 작가의 글이니만큼 책을 펼쳐드는 순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건 순식간. 사실 새벽에 읽는 데 좀 많이 으스스했더라는... 괴담 밖으로 전진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추방된 이들을 위한 호러! 5편의 단편을 읽고 나면 저자의 마지막 저자의 말이 더 와닿는다. "부디 우리의 삶에 깃든 공포가 언제나 안전하기를" 올여름 김이삭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조금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호러 작품을 찾으신다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공포영화 본 적 있으세요? 무서운 괴물을 피해서 도망만 치던 여자 주인공이 어느 순간 도끼를 들고 괴물을 공격하잖아요.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히면 두려움이 다른 감정이 되거든요. 분노가 되는 거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더는 걔가 무섭지 않았어요. _34~35p. (성주단지)

내 일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굳이 그가 나서지 않더라도 세상이 그를 위해 대신 나서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든 건 소문이었다. 사람들의 눈초리는 바늘 끝처럼 따가웠고, 소리 없이 전해지는 이들의 수군거림은 화살처럼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_178 (풀각시)

“살을 날린다는 것은 그 살을 맞는 것이기도 합니다. 남의 팔을 자를 때는 당연히 내 몸도 잘릴 것을 각오해야지요. 같은 팔이 잘리지는 않더라도 어딘가는 잘리기 마련입니다.” _225p. (풀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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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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