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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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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멀라폴
인터넷의 역설 중 하나는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그 세상을 작아지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_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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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아이들이 온라인 접속을 지원하는 기계에 원하는 것을 요구할 때는 "할 수 있나요?"와 "해도 되나요?"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가능한 가장 명확한 명령어로 말하지 않으면 기계는 말을 듣지 않고, 아이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탁할게"와 같은 과잉 언어를 걸러내는 법을 배운다. 방어적이고 에두른 표현을 쓰거나 "~하면 괜찮을까요?" 또는 "~하고 싶은데···"라고 말하지 않는 대신,
"알렉사, 비욘세 음악 재생해줘."
"알렉사, 시간 알려줘."
"시리, 엄마에게 전화해줘."
그러면 기계는 사람에게 요청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반박이나 불평 없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 _241~242p. (공손한 질문)
추억으로의 소환? 그 시절 소중했던 것들, 때론 시간이 지나며 변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더 넓고 빠른 세상으로 안내해 주었지만 그만큼 현재의 것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변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라진 것들은 다 괜찮은 것일까? 지금의 우리는 괜찮은 것일까? 앞으로의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을 체감하는 감각은 더 빠르게 느껴진다더니, 엊그제 같은 시간들이 2~30년 전의 일이고 너무도 오랜 빛바랜 추억 속의 이야기 같아서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불편함이 없어진 자리에 남은 건 무엇일까? 새롭고 편한 것은 물론 좋은 것이겠지만 과연 그것으로 괜찮은 것일까? 때론 너무도 추억이 새록새록 해서 그리워지기도 하는 마음... 그 시절 우리에게 소중했던 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읽어간 사소하고 심오한 100가지 이야기는 '약간'불편했지만 사랑과 낭만이 있었던 시절을 떠올려보며 사라진 것들에게 전하는 뒤늦은 작별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누가 녹음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저속한 건배사는 하지 않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싶을 땐 댄스 플로어에 나오지 않는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접근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은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비밀을 엄수하리라는 확신 없이는 파티 자리에서 눈물 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문맥에서 벗어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거나,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로 알아들을 가능성이 있는 반어적인 말을 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신이 온라인에 게시하지 않아도, 듣거나 본 다른 사람이 올릴 수도 있다._76p. (무방비 상태)
직접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전화받기란 아주 중요한 일이었고, 명확한 응답을 하도록 교육받았다. 항상 밝은 "여보세요"로 전화를 받은 다음 "언니에게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라고 물어야 했다. 밤 10시 이후에 전화 금지. 일요일 정오 전에 전화 금지. 30분 이상 통화 금지. 허락 없이 장거리 전화 절대 금지! (중략) 이제 거의 아무도 유선 전화를 가지고 있지 안 않으니 더는 집 전화가 집 안팎 사람들 사이의 왕래를 노출하지 않는다. 한때 투명했던 것은 이제 불투명하다. _90p. (부엌 전화)
우리가 어렸을 때, 모든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전화기의 번호판을 돌릴 수 있었다. 엄마 사무실. 소아과 의사. 학교. 좋아하는 피자집. 물론, 이제 우리가 아는 전화번호는 없다. 내 말은 기억하는 번호가 없다. _134p. (번호 기억하기)
우리는 특별히 아끼는 앨범 컬렉션을 바탕으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믹스테이프'를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게 바로 나라는 사람이고, 이게 내가 본 너라는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운드트랙을 엄선하곤 했다. 누군가에게 믹스테이프를 선물하는 것은 진정한 구애와 헌신과 우정의 표현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의미가 사라졌다. _204p. (LP 판)
사람들은 일상의 여백에 더는 무언가를 몰래 읽지 않는다. 화장실에 양장본 책을 챙겨두지 않으니, 화장실 가는 시간이 이상하게 길어졌다면 아이패드를 탓할 수 있겠다. 습관적으로 종이책을 가방에 넣는 일도 사라졌다. 취침 전 스크롤이 취침 전 독서를 대체했다. _208p. (취침 전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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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