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워커 소설의 첫 만남 8
박완서 지음, 이인아 그림 / 창비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메라와워커 #박완서

#도서협찬

훈이가 젖먹이일 적, 그때 그 지랄 같은 전쟁이 지나가면서 이 나라 온 땅이 불모화해 사람들의 삶이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 던져지는 걸 본 나이기에 지레 겁을 먹고 훈이를 이 땅에 뿌리내리기 쉬운 가장 무난한 품종으로 키우는 데까지 신경을 써가며 키웠다. 그런데 그게 빗나가고 만 것을 나는 자인했다. 뭐가 잘못된 걸까. 나는 가슴이 답답해서 절로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후회는 아니었다. 훈이를 키우는 일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러이러하게 키우리라는 새로운 방도를 전연 알고 있지 못하니, 후회라기보다는 혼란이었다. _83~84p.

6.25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조카를 자기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며 키웠다. 행여 다른 길로 빠질까 조언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조언을마다 하지 않았고, 조카가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했건만 자꾸만 다른 길을 선택하는데... 조카가 자신의 선택대로 살게 하는 게 나았을까? 비참할 정도로 힘겨운 생활을 버티며 일하며 생활 중인 조카의 삶을 마주하고 찾아온 혼란은 어쩌면 시대를 살며 흔들렸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일 것이다. 고등 국어 교과서 수록작이기도 한 <카메라와 워커>는 공휴일에 카메라를 들고 공원 나들이를 하며 사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바라는 고모의 마음과 워커를 신고 비참할 정도로 힘겨운 현실을 버텨보고자 하는 조카의 단단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삶을 이야기한다. 오랜만에 읽었던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 잔잔하면서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짧은 이야기가 많은 갈래의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었다.

조카는 말을 배우면서 아줌마 소리를 제일 먼저 했지만 아기들 말이 으레 그렇듯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아윰마", 조금 응석을 부리면 "암마"로 들렸다. 어머니는 그걸 몹시 싫어해서 "아줌마"대신 "고모"라는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잘못해서 아윰마 소리가 나오면 엉덩이를 맞아야 했다. (중략) 그러다가 혼인길 막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어머니는 근심했다. 조카는 최초의 말 "암마" 소리를 엉덩이를 맞아 가며 부정당하고부터는 말 없는 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나는 혼인길이 트이어 시집을 갔다. 마치 자식을 떼어 놓고 개가해 가는 과부처럼 청승맞은 기분으로 죄의식조차 느끼며 시집을 갔다. _16~17p.

카메라 메고 공일날 야외에 나갈 만큼의 출세랄까 안정이랄까 그게 어머니가 훈이에게 바라는 전부였고, 나도 어머니가 노후에 카메라 메고 야외에 나간 손자 내외의 집을 봐 주는 정도의 행복은 누리게 하고 싶었다. _031p.

"나는 더 비참해지고 싶어. 그래서 고모나 할머니가 철썩같이 믿고 있는 기술이니 정직이니 근면이니 하는 것이 결국엔 어떤 보상이 되어 돌아오나를 똑똑히 확인하고 싶어. 그리고 그걸 고모나 할머니에게 보여 주고 싶어."_79p.

#창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 #book #소설첫만남 #소설첫만남08 #소설추천 #추천소설 #청소년소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