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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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빚어내며 내일을 꿈꿨을 159명의 이야기가 이태원에서 멈췄습니다. 그를 사랑했던 세계들이 빛을 잃고 생을 살아갈 수도 놓을 수도 없는 고통과 치욕에 몸부림칩니다. (중략) 무엇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침잠된 시민의 애도입니다. '왜 돌아오지 못했는가'가 아닌 '왜 그곳에 갔느냐'는 말들이 상처 난 몸과 마음을 할큅니다. _4~5p.

사실 저는 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위에 있는 사람들, 정부나 공직자들은 사실관계를 모르지 않는데도 외면하는 사람들인 거니까. 그건 악하거나 사고력이 낮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기대가 안 되는 거예요.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희망을 걸어볼 대상은 아니다, 기대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 하며 정리한 거죠. 다만 저는 보통 사람들을 믿는 거예요. _39p.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났을 수 있는 일이었어요. 이태원에 간 사람들의 잘못이 아닌, 해야 할 일을 안 한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참사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렇게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말한 것처럼 "왜 갔느냐"가 아닌 "왜 못 돌아왔는지"를 말이에요._114p.

저는 국가에서 희생자와 유족들을 지금과 같은 식으로 대우하지 않았다면 분명 사람들의 인식도 달랐을 거라고 생각해요.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하잖아요. 그냥 지나가다 죽은 사람도 있고, 일하러 갔다가 죽은 사람도 있지만, 맞아요. 놀러가서 죽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해서 그 죽음은 헛된 죽음인 건가요? (중략) '길'이라는 더없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걸어가다 죽었는데 어이없어하고 분개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_201~201p.

처음에 압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그 단어가 맞나 했어요. 길 걷다가 압사를 당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요. '대한민국이 진짜 길을 걷다가 죽을 수 있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중략)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다 내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남 일처럼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내 일이라고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만큼 슬픈 소식은 덜 발생할 거라고 생각해요. _227~228p.

지금은 아이들한테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지켜야 된다고 얘기를 해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누가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너희가 조심하라고. 그 조그만 아이들한테 그렇게 항상 얘기해요. 조심해라. 하지 말아라. 집에 있어라. 너는 네가 지켜야 돼. 청년들한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고 얘기들 하는데, 청년들 탓이 아니라 그냥 사회가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아요. _265~266p.

사람들이 이태원을,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고 타임캡슐처럼 마음에 잘 담아뒀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풀리지 않는 과제들이 너무 많을 테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이 무력감을 잘 담아두고 할 수 있는 일을 앞으로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_2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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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의 삶과 현장에서 살아돌아온 생존자들, 거리에서 그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유가족들이 보내는 인터뷰집.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안타까운 삶이 너무도 아팠고,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함께 살아가던 이들의 이야기,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고 유가족들과 살아돌아온 생존자를 추모하며,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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