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픽션 : 도쿄 시티 픽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현선 옮김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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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픽션_도쿄 #도서협찬

#창비 #다자이오사무

눈이 번쩍 떠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주 탁했다가 어느 순간 점차 녹말이 아래로 가라앉아 조금씩 맑은 윗물이 생기고 나서야 지쳐서 겨우 눈이 떠진다. 아침은 왠지 허무하리만큼 따분하다. 슬픈 일들이 가슴 가득 차올라 견딜 수가 없다. 정말 짜증난다. (중략) 갖가지 추악한 후회만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와 가슴을 막아버려서 몸부림치게 된다. 아침은 심술쟁이. _10p.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여겨진다. 죽어서 없어진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언니, 헤어진 사람, 오랫동안 못 만난 사람들이 그립다. 아무래도 아침에는 지나간 일들, 옛날에 함께했던 사람들이 몹시 가깝게, 단무지 냄새처럼 시시하게 여겨져 견딜 수가 없다. _13p.

벌써 오차노미즈다. 플랫폼에 내려서는데, 왠지 모든 게 말끔해진다. 막 지나간 일을 조바심치며 기억하려고 애썼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다음을 생각하려고 안달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다. 텅 비어있다. _33p.

가족이란 이상한 존재다. 타인은 멀리 떨어지면 차츰 더 희미해지고 잊혀져가는데 가족은 더욱더 그립고 아름다운 것만 생각나니 말이다. _46p.

#여학생 #아무도모른다 #눈오는밤이야기 #화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시티픽션시리즈 #핸디북 #도서추천

고전문학 단편을 새롭게 엮은 '시티 픽션'시리즈는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정판으로 먼저 선보였다가 정식 출간 요청이 쇄도했을 만큼 화제성을 증명한 책. 아무래도 고전이라 하면 진입장벽이 있고, 압도적인 작품의 부피에 놀라기 마련인데 가벼운 핸디북 사이즈에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이런 작고 가벼운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시티픽션_도쿄 편을 먼저 읽어보았는데... 내가 아는 그 다자이 오사무 맞나? <인간실격>을 2~3번쯤 읽었지만 묵직한 그 문체에 조금은 어렵고 힘든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건 다른 사람이 쓴 글 같네. 특히 단편 <여학생>은 정말 폭 빠져서 읽었던 단편. 소장하지 못한 다른 시리즈들도 모아서 컬렉션을 완성해야겠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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