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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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디아스

#독파 10/1~15

벤저민 래스크의 시대는 끝났다는 게 대중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느 때처럼 사업에 매진했다. 노년기에도 웨스트 17번가에 있는 부모님의 집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초창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가 하는 건 일하고 잠자는 것밖에 없었다. 두 가지를 같은 장소에서 하는 경우도 많았다. 즐거운 일 따위는 만들지 않았다. (중략) 몸이 느려지고 자잘한 병이 조금 생긴 걸 빼면, 그의 예전 모습과 변한 모습 사이에 중요한 차이는 한 가지뿐이었다. 젊은 청년은 자기 부름에 응답하는 모든 것과 관계를 끊겠다고 생각했지만, 늙어가는 이 남자는 자신이 삶을 제대로 시험해보았노라고 확신했다. _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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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삐걱거리다 멈추게 하는 소수의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된다. 다음번의 강력한 순간이 찾아오기 전까지, 우리는 그런 사건들의 결과로 혜택을 보거나 괴로워하며 그 사건들 사이에서 세월을 보낸다. _201p.

20세기 초, 월스트리트를 지배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는 네 가지의 다른 시선으로 나누어진다.

소설 <채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이 소설이 자신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글이라며 소설과 작가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건 베벨의 이야기인 <나의 인생>, 이 자서전을 대필한 아이다 파르텐자의 <회고록을 기억하며>,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파르텐자가 찾아낸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인 <선물>로 구성된다.

앤드루 베벨이 자서전을 다시 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채권>이라는 소설을 절판시키기 위해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비서를 채용해 자신과 밀드레드에 대한 부분을 대폭 수정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트러스트』는 밀드레드 베벨을 추리하기 위한 소설이었을까? 어쩌면 막대한 부를 손에 쥐었지만 가장 외로웠던 인물, 그의 동반자였지만 그늘에 가리워진 인물이 막연하게 정리가 된다. 역시 그랬던 건가... 라는 끄덕임과 함께 마지막장을 덮으며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쓰여진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소설속의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신뢰하게 될까?

우리는 혼자였다. 그리고 공기중에 적대적인 느낌은 없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맞서고 있었다. _242p.

권력의 근원에 가까워질수록 주위가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권위와 돈은 침묵으로 스스로를 둘러싸고, 사람은 누군가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그들을 둘러싼 친묵의 두께로 측정할 수 있다. _267p.

베벨처럼 큰 권력을 가지고 있고 바쁜 사람이 문학작품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고를 들이는 이유가 뭘까? 소설에는 베벨이 억누르고 반박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뻔히 보이는 곳에 있을까? _283p.

베벨은 밀드레드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보다 그녀를 완전히 특징 없고 안전한 인물로 바꿔놓는 것을 더 원했던 것 같다. _346p.

결국 에르난 디아스는 <트러스트>를 통해 밀드레드 베벨의 삶을 추적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자신에게 묻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떤 텍스트를 읽을 때마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당신 머릿속에 작성되는 텍스트는 어떤 것이냐고. 이 책을 읽는 당신은 누구이며, 어느 시간과 장소에 살고 있느냐고. _강동혁 4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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