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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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게 된 후로 소설을 '어떻게' 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친구들은 "머릿속에 이런 게 다 있었던 거야?"간솔히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설명해 보려 하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소설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장면이나 인물, 혹은 그들이 내뱉은 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떠오른다. 왜 이렇게 자주 나타날까? 자꾸 생각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다소 무모한 생각을 가지고 큰 틀을 잡고 쓰기 시작한다. 뭔가가 있긴 있겠지, 없지는 않겠지. 흐릿하고 두루뭉술한 마음으로 써나간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 쓰고 나면 매번, 처음에는 생각지 못했던 무언가가 모모여있고 덧대어져 있다. _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의 장류진의 신작 소설 <연수>는 2020년 젊은 작가 수상작인 '연수' 외에도 5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어려운 시험은 쉽게 잘도 붙지만, 운전면허는 어렵게 취득했고 자차를 운전하기까지의 마음가짐과 운전 연수를 마음먹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연수를 받으며 도로 위를 달리는 마음이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마냥 어찌나 두근거리고 실감 나던지.... 이때부터 다음 이야기를 넘기는 페이지는 멈추지 못하고 짧은 단편 드라마 한편씩을 보는 듯 생생하고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정확하게 바라보면서도, 때론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게 한다. 전작의 글들을 읽으며 장류진 작가의 다음 글도 기대하긴 했지만, 이 세 권의 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론 '연수' '공모' '라이딩 크루' 재미있게 읽었다. 때론 혼자서 넘어서야 하는 지독한 홀로서기를, 혼자가 아닌 어딘가에 속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한 기분에 너무도 몰입했던 작품들. (재미는 덤!!) 활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빠른 전개와 생생한 문장에 빠져들어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될지도...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진심 딱! 권하고 싶은 책!

내가 비혼을 결심하게 된 건 인터넷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생생하게 전해주는 기혼의 삶을 들여다봤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끝을 알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이런 디테일을 하나도 모른 채로 누군가와 결혼했으면 어쩔 뻔했나. 그 생각만 하면 그지없이 아찔했다. _15p.

"주연씨 겁 많은 거 아니에요."

(중략) "겁 많은 사람이 어떻게 운전을 이렇게 해. 말이 안 돼." 고개까지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그녀가 이어 말했다. "겁이 많다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액셀을 콱콱, 밟고 핸들을 그렇게 홱홱, 돌리느냔 말이야. 진짜 겁 많은 사람은 그렇게 못해요."

그녀가 틀렸다. 나는 겁나고 무서웠다. 그건 분명했다.

내가 누군가의 앞길을 막고 있을까 봐 두려웠고, 꾸물거리다가 다른 차와 부딪힐까 봐 불안하고 조급했다. 그러니 반사적인 동작이 빠르고 성급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_26~27p.

절망적이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처음 실물로 본 최도헌은 이렇게 생긴 애가 왜 모델이 아닌 목수를 하고 있나 생각밖에 안 들 정도로 명백하게 준수한 얼굴이었다. (중략) 무언가 크게 속았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었고 인중과 입꼬리가 이상한 각도로 뒤틀렸다. 오랜 시간 계획하고 공들여 쌓아온 나만의 견고한 성이 눈앞에서 흉하고 사납게 무너지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_187~1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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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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