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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것을 보았어 - 박혜진의 엔딩노트
박혜진 지음 / 난다 / 2022년 9월
평점 :

애당초 인생이 행복과 불행으로 존재하지 않는데 행복한 결말과 슬픈 결말 따위가 존재할 리 없다. 행복과 슬픔 사이 그 어딘가에 멈춰 선 수많은 엔딩이 있을 뿐이다. (···)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엔딩이야말로 가장 좋은 엔딩일 수 있다. 가장 좋을 뿐만 아니라 가장 그럴듯한 엔딩일 것이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처럼. _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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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은 끝까지 읽은 사람만 그 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광활한 세계다. 작품을 정직하게 완주한 사람만이 마지막 한마디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 그 점이 인생을 닮았다.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마지막이라는 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_325p.
몇 년을, 어쩌면 평생을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책들이 쌓이고 있는 중이다. (프로 구입러) 많은 책들이 있어도 글도 책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책에 관한 책을 꺼내보곤 한다. <이제 그것을 보았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저자가 <이코노미 조선>에 격주로 연재했던 글이라고 한다. 52편의 글은 엔딩 장면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시작되는 글로 막막했던 책의 바다에서 궁금한 책, 또는 이야기 몇 편쯤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빼꼼히 열린 대문, 그 틈은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로 안내할 것만 같다. 박혜진 작가의 노트에 담긴 불멸의 엔딩을 책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니!! 책의 시작 글부터 밑줄을 죽죽~그어 나가게 될지도 모를 것이다. 아직 읽지 않은 수많은 엔딩들이 있으니, 조금 더 부지런히 읽어봐야겠다. 책태기, 북테기라면? 또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엔딩 장면을 수집하는 방식의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솔직히 나는 이렇게 많은 작품이 죽음으로 끝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_46p.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묻지 않는다는 것은 의미를 찾지 않겠다는 말이다. _77p.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간단히 교체되며 끝나는 「변신」의 엔딩은 자리만이 영원하고 그 자리의 사람은 교체 가능한 부속품이자 소모품으로 전락한 현재를 무섭게 예견한다. _85p.
하지만 이 불행한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알 수 있다. 가장 나쁜 일은 내가 모르는 동안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고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건 오히려 어둠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임을._114p.
연인과 이별할 때, 회사를 그만둘 때, 친구와 절교할 때, 우리는 종종 해야 할 말 뒤에 숨는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해야 할 말은 예상 가능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예상 가능하다는 것은 불확실한 현대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미덕이다._273p.
외로움의 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한 가지밖에 없다. 내가 외롭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외롭지 않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의 온기를 유지하려면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외롭지 않아야 나와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 _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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