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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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러브몬스터

#이두온

 

 

 

허인회는 자신이 미친 사람 같았다. 사실은 누구도 때리고 싶지 않다. 얻어맞는 건 더 싫다. 치고받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삶이 너무 배고프다. 공중에서 튼실한 무릎이 끊임없이 날아드는데 허인회는 배를 까고 누워 무방비하게 허공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그런 형태로 노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쥐어터지는 것 외에는 시간에 대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_141~142p.

 

 

 

수영장에서 자신의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한 인회, 지민의 엄마 보라는 가정이 있는 남자와 오랜 세월 불륜 관계를 유지해오다 생에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시작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사랑에 대한 정의가 약간은 뒤틀려버린 조우정은 죽음 너머에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스며든 종교의 교주를 몰아내고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데... 새벽마다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나이 든 여자들은 무엇을 하는 걸까? 뭔가 조금씩 비틀린듯한 사람들. 여러 명의 화자가 등장하지만 단연 돋보였던 인회는 미저리를 떠올리게 하는지,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게 그려지면서도 안타깝고 애잔한 인물이기도 했다. 사랑의 구원을 향한 이들의 숨가쁜 레이스...

 

 

사랑, 무엇이길래 이토록 강렬하고 괴이스럽게 빠져드는 걸까! 아... 이 미친 사랑,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두온 작가의 다른 작품도 검색해 보게 된다.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소설. 미친 듯 빠져드는 몰입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애정 관계라는 것은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 할수록 장벽이 올라가고 포가 날아오는, 사람을 고독한 전시 상태로 몰아넣는 어떤 것으로, 사랑이 그를 외로운 죽음에 이르게 하리라는 사실을 조우경은 어렴풋이 깨달았다. _172p.

 

 

지민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고 말하는 허인회의 분노에서 지독하게 상처받은 마음을 본다. 오진홍과 염보라의 거짓말이, 고군분투해온 세월이, 허인회를 얼마나 황페하게 만들었는지 느낀다. 오진홍과의 관계 유지를 선택한 건 허인회였다지만, 그 선택을 견디기 위해 그녀가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굴절시켜왔는지 확인한다. 무너진 세계를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죽어버린 대지를 죽지 않았다고 반복해 말하다가, 급기야는 자신의 말을 믿어버리는 사람의 절망을 본다. 인회는 저 자신이 외곡시키고 파괴해버린 세계에서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처럼 서 있었다. _192~193p.

 

 

어떤 사람들은 이제 더는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우경은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진 사랑에 대한 열망이 더 크다고 느낀다. 짝을 만나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지면서 그것이 내밀한 열망이 되어 사람들을 옥죈다고 느낀다. 열패감에 빠뜨린다고 믿는다. 그 마음이 조우경의 보이지 않는 교회를 키우는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_225p.

 

 

누군가가 나를 위해 죽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바로 사랑에 빠지고 말 텐데. _309p.

 

 

 

#창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 #추천소설 #책 #책읽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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