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대나무숲양조장집 #도다준코


이 집에 온 지 벌써 50년이 되었다. 평생 대나무 소리를 들어왔다. 낮에도 밤에도,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행복했을 때도 그렇지 못했을 때도. 긴카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있어준 것은 양조장과 저 대나무 숲이었다. _9p.


오래된 양조장집의 공사를 시작하려던 날, 오래된 어린아이의 유골이 발견되고, 이를 좌부동자라 이야기하는 긴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화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뚜렷한 돈벌이를 하지 못하는 나오타카, 요리사 못지않은 요리 실력을 자랑하는 미노리는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슬쩍하는 도벽을 가지고 있다. 늘 밝은 웃음을 지으려 하는 긴카는 화가인 아빠를 자랑스러워하지만 마음속으로 누구보다 엄마를 원망하는 열 살 소녀이다. 엄격한 할머니 다즈코와 인형같이 예쁘지만 얄미운 한 살 많은 고모 사쿠라코. 얘는 긴카와 개연성이 있겠어? 싶었던 쓰요시와의 인연까지..


<대나무숲 양조장집>의 표지글을 읽으며 '한 가족의 일대기, 가족소설이 재미가 있어야 얼마나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가독성은 둘째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생생한 등장인물들은 개성 있으면서도 사건이 하나씩 벌어질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놀라움에 긴장할 즈음이면, 엄마 미노리가 차려내는 음식들의 등장으로 쉽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서술하고 있어 야심한 시각에 읽기엔 참으로 괴롭기도 했다. (후에 폭풍 눈물을 흘리는 계기가 되기도)

자기 멋대로인 고모와의 인연은 정말 너무도 얄미워서 나중에 사쿠라코 때문에 뭔 사건이 터져도 터지겠구나 싶었는데, 그마저도 보듬어 안는 스케일이라니.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대자면 미운 캐릭터도 있지만, 개개인의 사연을 놓고보자면 하나같이 안쓰러운 면이 있는 이들..


이정도 비밀은 있어야, 이정도 파란은 겪어야 단단한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야! 가족이라고 비밀이 없고, 사랑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가족'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비밀과 거짓으로 얼룩진 밤들을 견뎌내며 하루하루 씩씩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긴카의 이야기는 , 그야말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기게 될 것이다. 추천!!


불을 켜자 구석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놀라서 숨을 삼킨 순간, 나무통 뒤에서 작은 사람 그림자가 후다닥 달려갔다. 남자아이다. 기모노를 입고 있다. 어둠 속에 하얀 발바닥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나무통과 나무통 사이 어둠으로 사라졌다. 양조장 안에는 차닥차닥하는 발소리만 남았다. 방금 그 아이는 누구일까. 이웃집 아이인가, 하고 생각하고 퍼뜩 깨달았다. 좌부동자다. _101p.


쓰요시가 스스로를 얼마나 탓하고 있는지 안다. 네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죄 아닌 죄는 보통의 죄보다 더 질이 안 좋은 법이다.

긴카는 아빠가 죽었을 때를 생각했다. 내가 좌부동자를 보지 않았더라면, 하고. 내가 아니라 아빠가 봤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고.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한다. 분명히 죽을 때까지 생각할 것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없다. 죄 아닌 죄는 그런 것이다. 죄가 아니기 때문에 속죄하지 못한다. 속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_251p.


긴카는 오랜만에 오동통 참새 토령을 꺼내서 흔들어봤다.

딸랑, 달랑달랑.

토령은 여전히 옛날과 똑같은 소리를 냈다. 그렇다, 어디로 굴러가든 가다 멈춘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안 되는 일에 생떼를 부려봤자 추하기만 하다. 가정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모 자식 간이든, 자식이 없는 부부이든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야, 하고 긴카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_321p.


오탈자 222p. 아래서 세번째줄

나오타키 씨를 -> 나오타카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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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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