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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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타일 #도서협찬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엔 올겨울 눈이 자주 오기도 했고, 조금은 차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한 편씩 아껴 읽었던 김금희 작가의 <크리스마스 타일>은 화려하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전, 또는 후의 불이 꺼진 후 크리스마스 조명 같은 이야기랄까? 1년의 하루, 이틀 반짝이는 설렘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평범한 삶을 위해 반짝이는 이벤트가 필요한 것일까? 지쳤다고 생각하게 되는 1년의 끝자락, 12월에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일곱 편의 이야기는 평범해서 더 반짝이고 소중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금희 작가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세심한 문장들로 다가올 1년 후의 크리스마스를 조심스레 미리 그려보게 된다.


전에는 이따금 은하의 생일이나, 은하가 만든 프로그램이 방송되면 연락해 오기도 했는데 그마저 끊긴 것을 보면 그간의 관계 역시 어떤 보상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보상이 너무 확실하고 정확해서 슬프지도 않다고 은하는 허탈해했다. 다만 겨레가 자신을 이해해 줄까 하는 의문은 두려움으로 남았다.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까마득한 고독 속으로 굴러떨어져야 겨우 나를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그런 구덩이 안에서 저 혼자 구르고 싸우고 힐난하고 항변하며 망가진 자기 인생을 수습하려 애쓰다 보면 그를 지켜보는 건 머리 위의 작은 밤하늘뿐이라는 것. _27p.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말라" 꿈을 잃지 마라,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 돼라, 근면하라처럼 흔한 당부가 아니라서 인생의 아주 비밀스러운 경계를 품은 듯 느껴졌다. _69p.


12월인데도 햇볕이 드는 정도에 따라 어느 것은 아주 붉고 어느 것은 여름과 아직 이별하지 않은 듯 여전한 푸른 잎이었다. 마치 시간이 어떤 것에는 지나가고 어떤 것에는 가지 않고 머문 것처럼. 얼마나 멀까, 소봄은 생각했다. (···)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사함을 선언하듯 공중에서 끝도 없이 내려오는 그 눈송이들이. 그것은 비와 다르게 소리가 없이 쌓인다는 점에서 분명한 아우라가 있었다. _220~221p.


#김금희 연작소설 #창비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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