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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평점 :

#죽음이물었다 #도서협찬
탄생과 죽음 사이에는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삶은 우리가 그 시간 동안 행하는 것이며, 우리의 체험이다. 날이 저물기를, 주말을, 휴일을, 은퇴를 기다리며 삶을 보낸다면 죽음의 날이 더 빨리 오기를 열망하는 것이다. 진정한 삶은 일이 끝난 후에 시작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을 사는 것'은 특정 순간이나 삶의 즐거움에 맞추어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가 아니다. 즐겁든 그렇지 못하든 우리는 100퍼센트의 시간을 산다.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지나간다. _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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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살았는지'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이다. 삶의 끝에 이른 사람들을 돌보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_252p.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게 삶인가?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 요즘이다. 해가 다르게 언젠가 부모님과의 마지막도 다가오겠구나, 그 죽음이라는 것에 순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나의 마지막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함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 <죽음이 물었다>였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요?"라는 저자의 질문은 살아가는 우리가 마지막에 한 번은 마주하게 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나'라는 존재와 이별하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상태로 죽을 권리, '죽음'을 맞이하게 될 때 나의 삶은 어떻게 마감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 천천히 필사하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올해의 책!)
인간은 죽음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하지만, 죽음을 속이기에는 너무 무지하다. 죽음의 날에만 죽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살아가는 모든 날에 죽는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결여된 모든 날들에 더 빨리 죽는다. 우리는 죽음의 날에 앞서 버림받았을 때 죽는다. 죽음 후 잊혔을 때 죽는다. _92p.
만일 누군가 불안감에 휩싸여 있으면 그에게 동화되어 마음을 진정시켜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의 불안감에 나도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어갈 때는 그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사람과 함께 죽지 않는 한 동화될 수 없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동화되고 그 감정들을 바꿀 수도 있지만, 죽음의 과정에서는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집중치료실에서든 병실에서든 집에서든 그 어디에서도 죽음은 일단 시작되면 반드시 끝이 난다. _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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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