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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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_40p.


계절과 계절 사이, 짧아서 더 아쉬운 계절 가을.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다고? 책을 읽으며 그 동네는 어디 즈음일까? 언덕 위 단독주택을 상상해 보게 된다. 페이지를 넘기다 문득 마주하는 문장을 몇 번이고 읽고 더듬다 보면 남은 페이지가 얼마나 되지? 하고 살펴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내 마음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백수린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다가올 계절들과 시간들을 도닥여보는 시간이었다.


언니의 창문을 보며, 하나둘씩 빛이 차오르는 이웃들의 창문을 보며,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게 하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힘에 대해서 이따금씩 생각을 해본다. 나는 여전히 이 세상의 많은 비밀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통제하려 한들 삶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 틈을 채우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은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_31p.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_59p.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겠지만 슬픔이 너무 커서 세상에 대해 원망만 가득했던 마음이 찬란한 가을 햇살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풍경들에 황홀함으로 물드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을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정해놓은 목적지도 없이 팔랑팔랑, 느릿느릿 걷는 매일매일이 쌓이는 동안 내 눈길이 오래 머무는 모든 것의 이름 또한 틀림없이 '아름다움'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도처에서 저마다의 빛을 품은 채 자라고 있다. _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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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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