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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지 마라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9월
평점 :

'지방'과 '청년'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즐겨 찾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때의 '지방'과 '청년'은 한데 뭉뚱그려졌다가 곧 사라져버리는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는 좀 다르다. 작가에겐 애당초 보편적인 '지방'과 '청년'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각기 다른 지방과 각기 다른 청년만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늘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_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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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용은 지금 진만의 수중에 25만 원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은 몇억 원씩 되는 아파트를 영혼까지 끌어 마련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만의 영혼은 과연 어떤 영혼인가? 무슨 다이소 같은 영혼인가? 다이소에서 파는 5천 원짜리 지갑에 깃든 영혼인가?_242p.
짧은 소설 연작이라는 부제답게, 매 에피소드마다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짧은 호흡인데도 그 흐름이 전혀 어색함 없이 흐르듯 흘러간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함께 광역시 외곽에 보증금 없는 월세 30짜리 방에서 함께 살기로 한다. 짧은 이야기들이 언제까지고 이어져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며 끝나길 바랬나보다.... 진만과 정용이 자신의 일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소설에 무심한 듯 풀어낸 이야기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전공을 살려 취직할 길은 없어 보이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진만과 정용의 이야기는 어느 먼 나라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아프지 않아도 청춘이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노력하면 되는 일도 있구나!라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갔으면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보는 책표지가 왜 이리 아련한지. 진심 추천하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지난달에 네가 방값 10만 원 더 냈잖아. 그거 그냥 바로 주려고."
"이건 뭐....다 물고 물려 있구나."
(중략) 진만은 생각했다. 왜 없는 사람끼리 서로 받아내려고 애쓰는가? 왜 없는 사람끼리만 서로 물고 물려 있는가? 우리가 뭐 뱀인가? _139p.
'얼른 들어와. 카드회사에서 고지서 나왔어. 이거 빨리 해결해야 할 거 아니야.'
정용은 여러 번 단어를 고쳐 적은 후 겨우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기분이 나빠졌다기보단 어쩐지 조금 슬퍼졌다.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기분, 원인이 명확한 것은 감정. 그러니 그에겐 그것이 기분인 것이 맞았다. 그는 까닭 없이 조금 서글퍼졌기 때문이다. _2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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