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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평점 :

#도서협찬 #나는실수투명인간을죽였다
나는 천천히 얘기하자는 뜻으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 순간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이질감이 엉덩이로 느껴졌다. 커다랗고 두꺼운 물주머니를 깔고 앉은 느낌이었다. 엉덩이를 보니 소파에서 한 뼘쯤 떨어진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소파 위에 보이지 않는 물컹한 덩어리가 하나 있고 내가 그 위에 앉은 모양새였다. 술이 덜 깼나? 싶었지만 그 순간 들려온 기영의 한마디가 완전히 술을 깨게 만들었다.
"아까 말했잖아. 투명인간을 죽였다고." _20p.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연기학원을 다니는 한수는 연락이 끊겼던 동창에게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장난일 거라 생각했던 문자였는데, 기영의 집 소파에 투명인간이라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성인 남자 크기의 물컹한 무언가가 있다. 기영을 도와 투명인간 시체를 파묻고 이틀 뒤 기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기영의 죽음은 투명 인간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기영의 형과 기영의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한수으로 남겨진 편지엔 특정 장소를 방문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일에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말이 적혀있는데... 기영이 죽기 전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던 채무감에 거기까지만,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건의 시작이었을까? 설마 했던 존재의 실체를 맞닥뜨리고 그들의 일에 개입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기분에 페이지를 넘길수록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인간'의 존재감은 더욱더 입체적으로 다가오면서 등골이 서늘하면서도 정말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자'들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라는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우리와 비슷한 크기, 같은 언어를 쓰며 살아가지만 볼 수 없는 존재들로 표현된 투명인간이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을 표현하고, 이 존재들을 돕는 사람들인 기영과 한수를 등장시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이야기는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보이는듯하다.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가 공동 주최한 K-콘텐츠 공모전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미스터리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나는 실수로 투명 인간을 죽였다> 흥미로운 소재와 열린 결말로 투명 인간들과 한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경민선 #소설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K_스토리공모전 #미스터리최우수작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