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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어느도망자의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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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세찬 빗방울이 부딪히는 가운데, 뭔가에 올라탄 듯한 감촉이 핸들을 쥔 손에 전해지고 빗소리를 지우는 듯한 '끄아악'하는 기괴한 소리가 귀에 울렸다.
순간 브레이크에 발을 옮기려 했지만, 백미러에 비친 붉은빛이 눈에 들어와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절규가 몇 초 만에 들리지 않게 되고, 그 대신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들렸다. _15p.
친구들과 한 잔하고 귀가한 쇼타는 여자친구 아야카에게 문자를 받게 된다.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질 거야." 요란하게 내리기 시작한 비, 꽤 마신 술, 막차도 끊긴 시간. 쇼타는 휴대전화를 보고 잠시 고민하다 차로 30분쯤이면 도착할 거라는 생각에 차를 운전해 길을 나섰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엄청난 충격과 함께 기괴한 소리가 귀에 울렸다. 순간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음에도 백미러에 비친 붉은빛에 그대로 액셀을 밟아 그곳을 지나치고, 결국 아야카에겐 가지 못하고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
쇼타가 들었던 기괴한 소리는 길을 건너던 81세 노인 후미코의 비명이었던 것. 어두운 길을 건너다 쇼타의 차에 치여 그대로 200미터를 끌려가 죽음에 이르게 되고, 쇼타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쇼타가 액셀을 밟지 않고 바로 정지해 내려서 확인했더라면 후미코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쇼타도 음주운전 외에 경미한 범죄에 대한 처벌만 받았을 것이다. 4년 10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쇼타의 가족은 해체되고 만다. 출소 이후 아직 젊은 그이지만 자신의 삶은 이제 끝났다는 생각만 드는 쇼타.
경증 치매를 앓고 있던 후미코의 남편은 쇼타를 잊지 않기 위해 탐정을 고용하는 등 그를 향해 이상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 가슴에 응어리져 풀리지 않는 한을 풀기 위해 쇼타를 만나야 한다는 집착을 보이는 후미히사, 이들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는 누구나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만약 당신이 가해자가 된다면 자신이 저지른 죄와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진정한 속죄'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해서 사람을 치어 죽이고 달아났다. 붙잡히면 상당한 중죄로 다스려질 것이다.
수년간 교도소에 갇히고, 사회에 나온 뒤에도 사람들에게 범죄자라는 뒷손가락질을 받고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내 인생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_37p.
내가 과연 이 한을 풀 수 있을까.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응어리져 풀리지 않는 이 한을.
마가키 쇼타를 만나야 한다.
그가 죄의식에 몸부림치고 고통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한 뒤에 이 한을 풀지 말지를 정할 것이다.
내가 죽기 전까지 이 한을 풀어야 한다. 반드시 한풀이를 해서 뜻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저세상에 가도 기미코와 후미코를 만날 수 없으리라. _197p.
죄를 지은 사람이 속죄의 마음을 얼마나 품고 있는지를 타인이 알 길이 없다. 말로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잠깐은 반성의 태도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평생을 걸고 내가 쇼타를 지켜보겠다. 나도 함께 그 짐을 지고 옆에서 나란히 걷겠다. 내 죄와 함께. _3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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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