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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평점 :

#악마의계약서는만기되지않는다 #리러하
#팩토리나인 #소설
"할머니, 아무리 문단속 잘한다 해도 비명 들리고, 누가 피 줄줄 흘리면서 지나가고... , 그런 거 보는 게 좋아?"
"우린 어차피 지옥에 세 들어 살잖냐."
"... 뭐?"
예상치 못한 답이 나왔다. 할머니는 국자를 내려놓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 사는 데가 다 지옥이라고. 말만 이승이지, 여기에 명줄 두고 버티려면 돈으로 디딤돌을 쌓아 계속 뛰어야 하는 꼴이 지옥이랑 뭐가 다르다니." _102p.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로 시작하는 페이지의 임차인이 지옥 정(丁) 부이다. 지옥? 우리가 아는 그 지옥? 아침부터 부엌에서 양푼에 남은 음식물 쓰레기 같은 걸 먹는 남자를 보고 할머니에게 세입자에 대해 물어보는데 할머니가 지옥이랑 계약했다는 말을 하신다. 지옥이 리모델링을 하느라 죄수를 둘데가 모자라 오래된 할머니의 단독주택 빈방들을 지옥에 세를 주었고, 고로 죄인들이 그 방에 있을 거라는 것. 집안에 지옥을 세준 게 뭐 대수인가? 우리가 이미 지옥에 살아가고 있는걸... 이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예상치 못한 대답은 이후에도 매력 있는 대사들이 훅! 치고 등장한다. 집안엔 지옥이 들어왔고 서주가 아르바이트하는 매장 주변에선 서주서주나이 또래의 여자를 찾고 다닌다는 불량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불안함이 점점 더 커지게 된다. 할머니의 망나니 둘째 아들이 결국 할머니 집을 노리고 등장한 것인가?
할머니와 아들이 관련된 서사가 중심이지만 악마가 서주에게 보이는 관심 또한 중요한 포인트! 달달한 미숫가루를 타주는 악마라니, '출근하기 전에 당 채우고 나가기♡' 이때부터 미스터리, 공포 장르에서 유머와 로맨스 장르 추가요~라고 달달해진다 싶을 즈음 존재로만 등장하던 둘째 아들이 집안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극한의 끝을 달리게 되는 이야기는 페이지를 멈출 수 없게 한다. 현실에 스며든 '지옥'이라는 매력적인 설정과 더불어 인물들의 성격과 대사를 짚어가며 읽다 보면 어느새 할머니의 오래된 연립의 어느 한구석에 있는 기분이 들곤 한다.
늑골(rib), 폐(lung), 심장(heart)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한 조각씩 떼어 지은 '리러하'작가의 필명이라고 한다. 제목과 저자의 필명만 보면 중국 소설인가? 싶을 테지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라고, 무려 350:1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단 한 편의 작품으로 페이지를 멈출 수 없어 순식간에 읽었던 소설이고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벌써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건 그냥 로맨스야, 악마랑 서주랑 뜬금없이 너무 달달하고 엔딩 무엇! 작가님 짧은 외전이라도 더 주시나요?
출근하기 전에 당 채우고 나가기♡ _26p.
나는 내가 지옥에 갈 만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지옥에 끌려갔을 때 '나는 무고한 인간입니다'라고 악마를 설득할 자신 또한 없다. 게으름 피운 자, 욕설을 한 자,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은 자, 거짓말을 한 자 등등 그 모두에게 맞춤형 지옥이 준비되어 있다면, 대체 이승의 사람 중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이 지옥을 피할 수 있을까. _44p.
"당신으로부터는 사랑도 받고 싶어요." _195~196p.
악마는 제 얼굴을 그 커다란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붉다.
"······안 되겠다. 역시. 당신은 너무 달아요."
"뭐, 뭐가요?"
"포기 못 하겠다고요." _265p.
"내가 죽어서 지옥에 갈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간다면."
"네, 만약 오신다면."
"사후에 내가 소원을 들어줄 테니, 지금의 당신을 줘요."
"네?"
"내게 그 정도 가치는 있죠? 자, 약속."_3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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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