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예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전에는 이안나였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이름이나 나이 따위야 우습게 지어낼 수 있었겠죠. 그는 평생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내게 이 책과 일기장을 남기고 육 개월 전에 사라져버렸죠."_20p.

​

​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했던 안나. 가족, 학력, 과거, 자신의 배경까지도 모두 상대방이 믿는 대로 믿게 만들어버리는 것도 그녀의 능력이었을까? 쿠팡 플레이 <안나>, 의 원작 『친밀한 이방인』은 드라마와는 다른 결로 진행되지만 개인적으론 드라마보다 몰입도가 뛰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안나의 삶이 흘러가는 과정이 제3의 인물이 주변 인물을 인터뷰하는 시점으로, 때론 안나 본인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하는데, 임기응변으로 시작된 거짓말이 점점 커지게 되며 그녀 자신도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리고 그 흐름에 올라탔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안나가 했던 거짓말들은 그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대학생으로, 부자집 딸로, 교수로 믿어버리는 주변인들의 시선에 그저 그렇게 흘러가버렸던 건 아닐까?

위태로운 안나의 행보에 '이제 그만 여기서 행복하자' 싶을 때쯤 터지고 마는 그녀에 대한 진실들, 촘촘히 쌓아올렸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무너지고 마는 것들..."믿는 순간 거짓도 진실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렸던 단어가 아닐까 싶다. 수지의 연기와 뛰어난 연출로 드라마도 호평을 받았던 <안나>, 개인적으론 원작 소설을 더 추천하고 싶다.

​

​

저는 그 사람이 반복된 거짓과 위증이 무엇을 기인하는지 그 시작과 끝을 알고 싶어요. 단순한 흥미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저는 이것이 일종의 수수께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_44p.

​

그녀는 늘 돈을 헤프게 썼다. 현실감각이 조금도 없었다. 자연히 이상우는 그녀가 꽤나 부유한 집의 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 스스로 그런 거짓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굳이 오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 이유미는 걷잡을 수 없이 쌓여가는 거짓에 두려움을 느꼈고, 몇 번인가 진실을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언제나 아침이 되면 자신이 없어졌다. 그가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할까 봐, 교지 편집부에서도 쫓겨날까 봐 두려웠다. _98~99p.

​

그녀는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모든 게 다 거짓은 아니었다고. 함께했던 시간 동안,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녀도 의심스러웠다. 그들이 나눈 게 진짜 사랑이었다면, 어떻게 이토록 간단히 깨질 수 있단 말인가. 그를 정말 화나게 하는 것은 그녀의 거짓말이 아니라, 그녀가 번듯한 양복 체인의 상속녀가 아니라는 사실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는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너무나 간단한 심경의 변화였다. _113p.

​

이유미가 능숙한 거짓말쟁이였다면, 임재필은 이기적인 방관자였다. _201p.

​

아버지와 엄마. 나는 그들과 한집에서 이십 년간 함께 살았지만 두 사람의 진짜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평범하게 걷고 있는 길 위의 풍경처럼 그들의 결혼생활도 그랬다.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목에서. _204~205p.

​

​

#친밀한이방인 #정한아 #문학동네 #소설추천 #안나원작 #anna #book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