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일기 - 쩡찌 그림 에세이 땅콩일기 1
쩡찌 지음 / 아침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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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를 좋아하면 너무 좋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 거랑은 다르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 건 든든히 옷을 껴 입는 일이지만

남이 나를 좋아하면 달려가 안길 수 있다.

체온이 옮아 붙는,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나의 안전한 불의 꽃다발.

어제는 칭찬이 필요했다.

그런 날이 종종 있다. _21~22p.

_


반드시 행복하세요....

(···)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만난 것처럼

왜일까?

행복하라는 말에 그래, 나 행복할게

답할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이야?

너도 행복해. 돌려줄 수 없는 것은 어째서야?

가슴이 아파지는 것은 무엇 때문에?

(···)

행복이 뭘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행복은 행복이라고밖에

답할 수 없는 막연함이

때로 슬픔이 되기도 해. _388~391p.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인스타그램에 연재되었던 쩡찌작가의 일상을 담은 그림일기<땅콩 일기> .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들은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문득 찾아오는 감정의 폭풍 앞에 크게 흔들리고 때론 주저앉게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삶에 갑자기 찾아오는 슬픔, 두려움, 기쁨과 위안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풀어낸 저자의 그림일기는 '내 마음인가?' 싶은 글과 그림에 한동안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던 책이기도 했다. "마음을 쓰고 그리는 작가"라는 저자의 소개가 무색하지 않게, 천천히 곱씹으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이다.

때론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감정과 순간들이 있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지난 시간 속에 있었던 순간과 상황과 감정들을 지금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부디 다음, 그다음 땅콩 일기도 출간되기를 바라게 된다.


가끔, 나는 슬픔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슬픔을 겪어보지 않은 듯이,

(어쩌면 정말 겪어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냉담과 무감을 부정하려는 듯,

어쩌면 이건 가짜 슬픔이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을, 견딜 수 없는 것들을

슬픔이라 이름 붙이고 면역하며 안도하려는 거야.

진짜로 슬픔이 찾아오면 어쩔 줄 몰라 할 거면서

나는 내가 허락한 슬픔을 기다린다. _166~167p.


'진심'을 사적인 영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진심은 진심일 뿐인데,

진심으로 대하면 '사적인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다고 진심을 부러 잃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건 네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니까.

그 사람들 잘못도 아니고 네 잘못도 아니야.

그렇지만 너를 지키자.

감당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선 단호해지자. _223~224p.


실망은 아주 서서히 시든다.

잊었다 싶을 때 바싹 말리 찔러오기도 하지만

죽을 정도로 아픈 것은 아니다.

내일은 나아진다. _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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