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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ㅣ 창비시선 472
최지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일하고일하고사랑을하고 #최지인
시를 읽으며 저자의 프로필을 계속해서 넘겨보게 된다. 요령없이 정면으로 살아낸 사람의 삶을 엿본 기분이랄까? 시를 읽는다는건 언제나 조금은 막연한 느낌이지만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라는 제목을 '일하고 일하고 일을하고'로 자꾸만 바꾸어 중얼거리게 된다. 일상의 틈과 생각의 여유, 시를 읽으며 조금씩 흡수해가는 느낌이랄까? 올해는 시를 좀 더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 숨
나아진다는 게 뭘까
여러날 동안
여러달 동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것들
면담이 끝났다
그만둘 날이 정해졌다
사무실 이곳저곳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무슨일이야?
지진이 났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 곁을 맴도는 바람 잠시 머문 햇살 이사를 앞둔 사람
네가 없는 여기
내가 떠난 건 네가 아니야
아프지 말자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알 수 없는 마음은 그냥 두자 _일부발췌
* 이번 여름의 일
돈 버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었다 갓 서른을 넘겼을 뿐인데 다 늙어버린 것 같다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너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을 향해 가라앉는
이것은 모두 이번 여름의 일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과 얼마나 멀어진 걸까
폭우가 계속되는 계절
고양이들은 어디서 비를 피하는 걸까 _일부발췌
* 컨베이어
무대에 선 친구가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유명해지거나
가난해지거나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네
너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지
하루 열여섯시간
여섯명의 몫을 하기에 우리는
벌써 늙어버렸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끝끝내
살아간다는 것을
들것에 실려나가기 전에
알고 있었던 것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건 정규직이라는 사실 하고 싶지않은 일은 보상이 적다는 사실 한번 일자리를 잃은 이는 계속해서 자리를 잃게 될 거라는 사실 _일부발췌
#창비시선 #창비시선472 #도서협찬 #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