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
청민 지음, Peter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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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좋은걸보면네생각이나


여행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 청민, 책을 읽기 전 책에 실린 사진을 휘리릭 넘겨보며 사진 느낌이 참 좋은데? 싶어 작가의 프로필을 다시 찾아보니 저자의 아버지!! 부녀가 함께 만든 책이라니!! 너무나 멋있잖아. 온 가족이 14일간 국내가 아닌 해외여행을 한다는 건, 쉼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웬만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여행시기는 2006년) 이 시간 동안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여행하며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 한 시간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 어떠한 기억으로 남았을까?


저자의 글을 읽으며, 어린 시절 차가 없어서 올망졸망 텐트와 각종 짐들을 나누어 이고지고 계곡으로 강으로 피서를 다녔던 시절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거나 비슷했을 부모님, 주말이면 바빴던 한 주의 피로를 집에서 편히 쉬고 있었을 것 같은데 서울 근교, 놀이동산, 가까운 산으로의 등산 등 부지런히도 다녔고,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의 기록은 사진으로 그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았던 시절이었음에도 그 시절의 아름다운 풍경과 시간들을 품고 있었기에 오늘도 단단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생한 경험과 추억, 여행지의 이야기와 함께 아빠가 찍은 여행지의 사진들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던 것 같다. 예전처럼 자유롭고 쉽게 떠날 수 없는 요즘, 웅크린 몸도 마음에도 햇살이 드는것 같은 글이었다.


살다 보면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나를 찾아오곤 했다. 이걸 내가 넘을 수 있을까. 오르기 전부터 포기하고 싶은 모래 산이 많았다. 어쩌다 겨우 두 걸음을 내디디면 '너는 할 수 없어'라고 하는 듯한 사막의 모래 알갱이 같은 말들이 한 걸음을 도망치게 했다. (···) 내가 쌓아온 작은 시간들을 믿어보기로 다시금 다짐했다. 두려워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_71~72p.


때로 여행은 물건으로 기억된다. 살다 보면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조금씩 모서리가 둥그러지며 사라지는데, 물건 속에 담긴 기억은 여전히 처음처럼 생생히 남아선 나와 함께 살아간다. 일상과 섞여서 잊혔다가, 다시 발견됐다. 그렇게 섞이고 섞여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의미가 붙는다. _169~170p.


어릴 적 내 바람처럼 한 동네에 심어지진 못했지만, 엄마의 사랑에 단단히 심긴 사람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을 베이스캠프로 두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힘은 한 동네서 오래 살기만 한다고 가질 수 있는 무엇이 아니었다. 그건 때로는 길을 나섰다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달빛 아래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반짝이는 선물이었다. 그러니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는 삶이란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어른이 된 나는 가끔 달빛 아래서 울고 있던 어린 나에게 가서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 인생은 나그네 같아서, 떠나야 할 땐 언제든 바로 떠날 수 있어야 해. 그러니 괜찮을 거야. 다 괜찮을 거야."_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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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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