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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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수선가는 기술자다. 그러면서 동시에 관찰자이자 수집가다. 나는 책이 가진 시간의 흔적을, 추억의 농도를, 파손의 형태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모은다. 책을 수선한다는 건 그 책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런 모습들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_프롤로그

 

수선하고 싶은 한 권의 책이 있으신가요?

 

얼마 전 제목만 보고 구입했던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세월의 흔적을 입은 책에게 제 모습을 찾아주고, 때론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탄생시키는 책 수선가 '재영 책수선'의 에세이다. 올해로 8년째 책 수선을 하며 리디 셀렉트에 2020년 9월부터 2021년 5월에 연재했던 글 스물한 편과 새로 쓴 아홉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책을 읽지 않는 요즘이라,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책이지만, 자신만의 시간이 담긴 책은 종이로 된 것들은 어쩌면 그 '시간과 추억'들 때문에 더욱 소중할 것이다. 어린 시절 낙서를 해가며 읽던 세월의 흔적을 입어 헤져가던 동화책, 성장해가며 읽던 백과사전들, 그 책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분명 아끼는 책들이 있었는데...

 

고교 시절부터 용돈으로 동네 서점에서 책을 직접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애착 도서가 내게도 몇 권이 있다. 세월의 흐름을 입은 책들, 소중하고 추억을 함께한 책 몇 권을 소장하고 있다. 펼쳐보면 더 뜯어질 것 같아, 이사하면서도 제일 먼저 챙기고, 이사하고 나면 무사한지를 확인하면서도 책을 '수선'해야겠다는 생각은 못 해봤는데... 낡은 지금의 모습도 좋아서 아직은 더 가지고 있을 예정이지만, '책수선'이라는 직업과 책 수선가가 만난 책이 다시 탄생하는 과정은 단순히 물리적인 과정만이 아닌 책에 담긴 추억과 삶을 이해하고 꼼꼼하게 재탄생시키는 사려 깊은 모습이 몽글하고 따스하게 다가오는 글이다. 반전은 저자가 자신이 읽는 책을 대하는 이야기!! 놀랍고 또 놀라울 것이다!! (이 책도 양장 윗부분이 까진 채로 왔지만 이 또한 추억일 테니 잘 놓아두려고 한다.) 재영 책수선가의 #오늘의책수선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찢어지고 더러워지고 망가졌던 부분들을 다시 튼튼하게 만들고 반듯한 표지를 새로 입히는 것에서만 그치는 책 수선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더하고 이야기해 보는 것, 책 수선가로서 욕심이 나는 바로 그 부분에 대해 한 번쯤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책 수선은 기본적으로 기술로 이뤄지는 분야라 결과물이 그 안에서만 평가될 때가 많다. 특히나 도서관 내 책 보존 연구실에서 장서들을 대상으로 일을 할 땐 기술력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얼마나 정교하고 좋은 보존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주 중요한 능력이니까. (···) 책을 고치는 일이지만 '수선'이라는 단어에만 갇히지 말자는 것. 수선이라는 '기술'에만 갇히거나 책을 다시 튼튼하게 고쳐내는 일에만 그치지 말고, 책 수선을 통해 책과 어울리는 다양한 마음과 의미를 담고 또 이야기해야겠다고,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다짐하게 된다. _265~266p.

 

어쩌면 평생 접해보지 못했을 귀한 책들을 책에 진심인 의뢰인들 덕분에 나는 이렇게 매번 쉬이 가까이서 만난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 구석구석 뜯어보고 들여다보고 맘껏 만지고 넘겨볼 수도 있는걸. 나는 책 수선가이기에 누릴 수 있는 이 즐거움이 내 삶에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종이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책 수선가는 점점 더 많아져서 훨씬 더 많은 책들이 오랫동안 튼튼한 기억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책 수선이 우리의 일상과 보다 가까운 일이 된다면 참 좋겠다. _3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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