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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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일기 #황정은


기록에 관한 책을 읽던 중, 3년 다이어리를 알게 되어 구입해 쓰고 있다. 선물하려고 몇 권을 더 주문해 두었는데, 매일의 기록을 해두어야지 하고 다짐만 하던 게, 잠들기 전이나 매일 아침 짧은 기록으로나마 남기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다 보니 하루하루의 시간이 조금은 더 애틋하게 느껴진달까? 내 일기와는 결이 많이 다르고 사회에 대한 관심도 많은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조금은 폭넓은 관심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덧, 감기가 괜찮아져 살만하니….

오른쪽 어깨로 심한 통증이 시작됐다. 하…

올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건강하게 마무리하고 싶네.


혐오는 어디에나 있어. 내게도 있다. 나는 실은 많은 순간 내 이웃을 혐오하고 먹는 입을 혐오한다. 하지만 그걸 남에게 드러낼 권리가 내게는 없어. 그런 건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걸 한다. 어디에나 있다. _17p.


공포와 혐오는 애쓰는 상태가 아니다. 그중에 혐오는 특히 그래서, 그건 지금 내게도 쉽다. 그런 감정이 내게 문득 쉬울 때, 뭔가가 누군가가 즉시 싫고 밉고 무서울 때 나는 그것이 어느 정도로 상상된 것인지, 혐오는 아닌지를 생각한다. _69p.

종이책과 전자책을 딱히 대립하는 매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같은 매체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이동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하는 입장에서는 인류의 기록 문화가 점토판이나 밀랍판이나 죽간에서 지류로 바뀌었을 때의 변화를 말하고 싶을 것이다. 종이책은 아주 짧은 시간 인류의 역사에 나타난 기록 매체일 뿐이다. (···) 종이책을 읽는 사람도 부쩍 줄어든 시기에 책을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종이책을 즐기고 싶다. _94~95p.


세월호 침몰은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하고 끝난 사건이 아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진도와 안산에서 전국으로 이어지고 연결된 사건이므로 나는 산보하는 길에, 산보하는 길에도, 그 기억들을 우리가 다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을 생각하고 다음을 생각하기 위해서라도. _133p.


쿠키를 먹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일기를 목적하고 썼다. 내용으로 읽히지 않고 입에서 발음으로 부서져도 괜찮은.

성공했을까. _151p.


올해는 2021년이고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오늘까지가 나는 소중하다. 가수 이효리가 함께 캠핑을 떠난 동료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려고 고사리 파스타를 조리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 고사리를 캐내 찌고 말리는 과정의 수고를 이야기하며 한 가닥도 흘리거나 낭비되지 않도록 고사리를 잘 불려 볶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무언가의 과정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늘어간다. 용서하지 못할 사람과 차마 용서를 청하지 못할 사람이 늘어가는 일이기도 한데 그건 내가 살아 있어서. 그리고 나는 그게 괜찮다. _163~164p.


#창비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창비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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