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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6년 전 사라진 여동생의 행방을 찾아라는 의뢰를 받은 사설탐정 성환. 여동생이 머지않아 사망처리가 되면 동생 앞으로 가입된 30억 원의 보험금을 매부가 수령하게 될 거라고 한다. 장 보러 시장에 갔다가 그길로 사라진 미옥의 주변을 조사하던 성환은 그녀의 과거 행적을 쫓으며 그녀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찾게 되고, 단순한 실종이 아닌 보험 사기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직장 상사와 갑작스러운 결혼, 결혼 1년 차에 홀연히 사라져 6년이 지나도록 세상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문미옥의 흔적을 쫓다가 그녀의 남편인 오두진에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걸 눈치채게 되고, 과거 그녀와 함께 살았던 한승수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게 된다. 이야기는 성환이 사라진 여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 흔적을 찾는 과정,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미옥의 이야기, 그리고 다시 이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형사였지만 딸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성환, 어린 딸을 위해 6년간 세상에서 사라져야 했던 미옥, 완벽한 범죄를 꿈꾸었던 두진, 이들 사이에서 방관자였던 승수, 그리고 미옥의 옆에 등장하게 되는 제3의 인물까지...
사실 책표지 때문에 미루고 미루었던 책인데 첫 장을 넘기고 다음 장을 넘기며 페이지를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뭐 이런! 이렇게? 이렇게!!!!! 치밀한 전개와 섬세한 감정묘사, 궁금해서 놓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과 반전까지... 등장인물들의 고통과 고독, 공허감 등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듯 빠른 전개를 이끌어가며 읽은 이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결말도 마음에 쏙 들었던 소설이다. (개정판에서 책표지 변경을 해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습니다.) 진짜 진짜 재미있다고요!
인간의 죽음을 돈으로 치환한다는 것.
목숨과 돈의 가치가 역전된다는 것.
생의 소멸이 금전적으로 평가된다는 것.
보험은 모든 게 돈으로 계산되는 현대사회의 일면인가. 성환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보험에 가입할까? 보험밖에 의지할 데가 없기 때문이겠지. 위기에 처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제도 같은 사회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이라면 그것은 꽤 큰 공포감을 유발할 것이다. 결국 근본 이유를 따지자면 각박해진 세상 탓인가. 보험은 우리에게 필요악적인 존재인가. _33p.
어머니, 제가 지금 화성에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지구로부터 약 1억 6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그 행성 말이에요. 이곳은 소피가 살았던 시베리아처럼 몹시 춥고 황량해요. 그리고 저 외엔 아무도 없어요. 벌써 이곳에서 지낸 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도무지 외로움과 적막감이 익숙해지지 않아요. _169p.
"어떤 시간은 견디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 시간 속에서는 그게 최선의 노력이에요." _229p.
문득 성환은 우리 사회가 철저히 정상인을 위한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탈영을 포함해 실직이나 투병, 파산과 같은 족쇄가 채워지면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다._3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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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