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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ㅣ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도서협찬 #나나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가 제 영혼을 잃어버렸었지요. 누구보다 순종적인 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아이 모두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커녕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죠. 하지만 너무 잘 벼린 칼날은 스치기만 해도 위험합니다. 두 영혼 모두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네요._193p.
몸을 빠져나온 영혼이라니! 몸을 빠져나온 영혼들이 일주일 안에 다시 '나'로 돌아가지 못하면 영혼을 사냥하는 선령들에 의해 영혼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와! 뭐지? 죽어야 저승사자가 영혼을 데려간다는 설정은 익히 영화에서 많이 봐왔는데, 몸을 튀어나온 영혼이라니! 같은 공간에 있었던 두 아이의 성향은 전혀 달랐다. 나를 위해 살지 못했던 두 아이는 자신의 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혼이 없어~'라는 말을 참 많이 써왔는데, 소설의 소재가 조금 독특하면서도 두 아이가 자신의 육체와 떨어져 영혼으로 자신들이 살아왔던 삶을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영혼은 왜 나의 몸으로부터 뛰쳐나온 것일까?'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일주일의 시간. 영혼으로 바라본 육체의 삶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을 보며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저 막연하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를 즈음 이 아이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영혼이 빠져나온 저 몸은 과연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나?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그렇게 영혼으로 남아 버린 나는 과연 죽은 것일까? _11~12p.
"너 튕겨 나온 거 아니야. 네가 놔 버린 거지."
내가 놔 버렸다고? 영혼을 놓아 버렸다니, 내가 왜? _49p.
"영혼으로 남은 나는..... 정말 불안 덩어리일까요?"
선령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육체가 영혼을 거부한다는 말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외면한다는 뜻일 테니까. _59p.
나는 지금껏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까? 세상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 믿었는데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열여덟 한수리가 누구인지, 무엇이 그 아이를 가장 힘들게 하는지 말이다. _1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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