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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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타인의집



우리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이의 행동과 생각이 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획일성의 기조가 전염병의 세상하에 한층 더 두텁게 사람들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대세와 다른 생각을 조금도 용납하려 하지 않는 대중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복종과 사과를 응징하듯 강요한다.

‘여기서의 대중’은 이미 실체가 없는 괴물에 가깝다. 겨냥하는 순간 힘없는 개인으로 낱낱이 부서지지만, 뭉쳐지면 거대하게 몸집을 부풀려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 책은 우리를 대중에서 시민으로, 관중에서 독자로 이끈다. _ 작가의 말



시작부터 몰입도가 뛰어난 책이다.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더 멀어지고, 셰어하우스라는 독특한 주거 형태가 등장은 (집주인조차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을) 셰어하우스로 운영하는 <타인의 집>은 부동산 계급구조를 씁쓸히 돌아보게 된다. SF 소설 <아리아드네의 정원>은 머지않은 미래, 노인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아찔했지만, 어쩌면 정말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불편한 현실, 닥쳐서 부서져봐야 다시 일어나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너무도 오늘의 이야기 같아서 단편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았던 글이기도 했다. 호흡이 짧은 단편의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8편의 단편들은 제각각의 스토리를 충분히 담고있는 손원평의 <타인의 집>을 읽으며 앞으로 작가가 쓰게 될 이야기들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영화는 자신의 얘기를 누군가에게 시시콜콜 털어놓는 타입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그럴 수 있었던 건 삶이 자랑과는 반대되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면의 어둠은 바깥으로 발설할수록 몸집을 부풀려 결국 자신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영화는 학창 시절과 짧았던 직장 생활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_77~78p.



기한은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상태로 누워 지내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기속 속에서 점점 좋은 사람, 이해가 되는 살람, 불쌍한 사람, 살아 있지만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한 살람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용해되고 닳아가는 것. _93p.



늙은 여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하루하루 살아 오늘날에 도달했을 뿐이다. _102p.



잠이 많아진다는 건,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뜻이 아닐까. 죽음. 완전한 끝. 사실 죽음이야말로 민아의 비밀스러운 꿈이다.

물론 젊어서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은 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깊이 절망했던 순간에 누구나 그렇듯 민아도 본능처럼 죽음을 떠올렸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이제 민아에게 죽음은 도피가 아니라 진정한 소망이며 간절한 염원이다. _ 121p.



풍경과 빛과 음악, 그리고 고독한 내 존재는 완벽을 이룬다. 절망과 비관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때도 있었지만 어쩌면 삶이란 꽤 괜찮은 건지도…._124p.



창에 기대서자 어둠에 묻힌 풀숲 뒤로 멀리 촘촘한 불빛들이 보였다. 풍경 속의 집들은 언제나 차고 넘치도록 많고 각자 빛을 뿜는다. 나는 사슬처럼 엮인 타인들 간의 관계를 생각했다. 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해야 하는지 잠깐 머리도 굴려봤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은 이 순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먼 과거가 되길 바라며 하염없이 서 있는 것뿐이었다. 내 어깨 위의 무게감이 다만 근육의 피로감이기를, 절망의 그림자가 나를 덮치지 않기를, 불행과 우울의 악취가 스며들지 않기를, 집주인의 말대로 이 집에 온 뒤로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기를 기도하면서. _170p.


#손원평 #소설 #창비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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