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열대

 

책장이라는 것은 자신이 읽은 책, 읽고 있는 책, 가까운 시일 내로 읽을 책, 언젠가 읽을 책. 언젠가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라 믿고 싶은 책, 언젠가 읽을 수 있게 된다면 '후회 없는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 그런 책의 집합체요, 그곳에는 과거와 미래, 꿈과 희망, 작은 허영심이 뒤섞여 있다. _16p.

 

"우리는 책이란 걸 해석하잖습니까? 그건 책에 관해 우리가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입니다. 그것대로도 괜찮아요. 책이란 게 우리 인생에 종속되는 존재고 그걸 실생활에 활용하는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것도 틀리진 않죠. 하지만 반대 패턴도 생각할 수 있잖아요? 책이란 게 우리 인생의 바깥쪽, 한 단 높은 곳에 존재하고 책이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패턴이죠. 그런데 그 경우 우리한테는 그 책이 수수께끼로 보이거든요. 수수께끼를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시점에서 우리가 그 책에 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게 되고 맙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만약 여러 책이 내포하고 있는 수수께끼를 해석하지 않고 수수께끼인 채로 수집하면 어떻게 될까. 수수께끼를 수수께끼인 채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럼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수께끼의 덩어리, 시커먼 달 같은 게 떠오를 것 같지 않나요?" _34p.

 

소설가인 모리미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16년 전 우연히 읽게 된 『열대』를 '침묵 독서회'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없고, 이 책을 연구하는 학파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수수께끼'가 있는 책을 가지고 모여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수수께끼는 그대로 인체 풀지 않는 모임. 천일 밤 천 개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천일야화와 '열대'의 소설을 비슷한 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며 시라이시와 이케우치를 중심으로 『열대』를 읽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소설의 내용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엮어간다. 함께 모임을 이어가던 지요는 '당신들이 알고 있는 '열대'는 모두 가짜이며 내 것이 진짜!라고 주장하고 사라져버리는데... 그녀가 향한 교토로 향하는 이케우치가 시라이시 앞으로 남긴 노트. 이야기는 점점 이야기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과거와 현재, 이야기와 이야기를 넘나들며 '열대'의 꼬리를 잡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너와 관계없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그리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것을 듣게 되리라.'

 

열대는 천일야화의 이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이 현재의 화자들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으며 과연 이야기의 결말은 그 결말은!!! 하고 읽어가다 보면 '모리미 도미히코답다!!'라는 결말에 큰 웃음을 짓게 된다. 현대판 천일야화?! 미지의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호기심에 시작한 모임이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빠져들게 된다. 모리미 도미히코가 7년간 써 내려간 데뷔 15주년 역작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았던 소설이다. 『열대』를 읽다 날을 거의 샌 건 안 비밀!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여름 『열대』에 빠져 더위를 잠시 잊기를 추천하고 싶다.

 

"왜 우리가 『열대』를 끝까지 읽을 수 없었는가 하면 현실과의 경계가 되는 결말이 『열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건 다시 말해 무슨 뜻인가. 우리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날 당신이 책을 펴 읽기 시작한 이야기는 그대로 이 방으로 이어집니다. 알겠어요? 우리는 지금도 계속해서 읽고 있는 겁니다. 이 『열대』라는 세계의 책장을 넘기는 중인 겁니다." _133p.

 

" 『열대』라는 소설에 관해 알면 알수록 수수께끼 같은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뭐랄까..... 이렇게 『열대』에 관해 조사하는 행위 자체가 『열대』의 연장 같습니다." _213p.

 

"이 문을 지나기로 한 사람은 당신 자신입니다. 내 말로 채워진 천의 밤은 천의 문을 엽니다. 그때야말로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새로운 생명을 살게 되겠지요. 당신이 살기를 원하듯 우리 또한 살기를 원합니다. 이 이야기가 마지막 이야기꾼에게 전달되어 내 소원이 성취되기를!"

그 뒤 셰에라자드가 한 이야기란... _481p.

 

"이 소설은 이런 말로 시작된답니다." 그녀는 말했다. "너와 관계없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_529p.

 

#모리미도미히코 #소설 #서평단 #가제본서평단 #알에이치코리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