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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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어느맑은날약속이취소되는기쁨에대하여

 

"저는 약속이 취소되면 마음속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입니다." 가끔은 그게 나라는 인간의 본질인 것 같다. (···) 나는 모듈형 인간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블록을 조립하듯 마음대로 세상과 연결되고 분리되는 사람. 외톨이가 아닌 채로 혼자일 수 있는 사람. 약속이 취소되면 나는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 _15~19p.

 

<달의 조각>,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하현 작가의 신간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늘 느끼지만 책표지와 제목과 글의 조합을 이렇게 잘 뽑아내기도 힘들지 싶을 만큼 매번 만족스럽고 뿌듯하기까지 한 애정 하는 작가님이다. 결혼은 못 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거, 장래희망은 부유하고 명랑한 독거노인,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는 이라면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도 않아서 작가에게 빠져들지도 모른다.

 

'평범하기가 쉬운 줄 알아?' 라는 듯 일상의 작은 조각들을 반짝이는 글로 풀어내어 특별함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평범함이 약점이고, 내가 나로 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책장 앞에서 조용히 그녀의 책을 꺼내들곤 했다. 때로 마음을 들킨 것 같고, 이 상황을 이렇게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구나 싶은 구절을 읽으며 복잡했던 마음을 다독이게 된다. 하현 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삶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울타리를 만들어 특별하지 않지만, 내가 나라서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모든 삶이 특별하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 같아요. 모두가 소중할 수는 있어도 모두가 특별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버렸거든요.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_10p.

 

지킬 게 많은 사람과 잃을 게 없는 사람 중 더 강한 건 어느 쪽일까. 지켜야 할 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는 자주 가난해진 기분이 든다. (···) 몇 개의 시절을 통과하는 동안 나는 배웠다. 지킬 것이 많다는 게 꼭 가진 것이 많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떤 사람은 아주 많은 걸 가지고도 아무것도 지키려 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거의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도 아주 많은 걸 지켰다. _106~107p.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동시에 바다 건너만큼 멀 수도 있을 만큼 가까운 동시에 바다 건너만큼 멀 수도 있었다. 허물없이 장난을 주고받고 귓속말로 비밀을 속삭이다가도 돌아서면 금세 데면데면해졌다. 어른이 된 뒤에도 관계는 여전히 골치 아픈 숙제였다. 사람이 어려울 때면 사람으로 태어난 게 이 생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 같았다. _137p.

 

#하현 #에세이 #에세이추천 #비에이블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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