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우리이토록작은존재들을위하여
자연에는 온갖 패턴이 있고 사람들은 패턴을 발견하고 만들어내고 따라 하기를 좋아한다. 우리보다 더 큰 존재를 나타낸다고 여겨지는 단어나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언어, 수학, 음악, 의식 등의 핵심을 이룬다. 어떤 의식은 사적이고 어떤 것은 공적이다. 어떤 것은 너무 흔해서 의식이라고 생각조차 않고 반복하기도 한다. 세상 어디에서 언제 이루어지든 의식은 어떤 예술의 형태, 정교한 공연이나 신비한 시 같은 것이며, 시간과 변화, 삶과 죽음 같은 우리 힘으로 어절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하기 위해 필요하다.
인간 문화의 많은 부분이 존재의 가장 놀라운 요소를 받아들이기 위해 생겨났다. 인간은 누구나, 무에서 비롯해 마침내 무로 돌아간다. 우리는 잉태되고 성장하고 죽는다. 그 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영원한 미스터리다. 우리는 이 땅에서 주기적이거나 영구적인 변화가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파악함으로써 그 비밀을 파헤치려고 한다. _25p
_
우주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든 우리가 태어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기쁨을 느낄 것이고 고통을 느낄 것이고 거대하고도 광활한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로서의 존재를 다양하게 경험할 것이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건 간에, 우리는 여기에 있었다. 각각의 삶의 기록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잊힐지라도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살았다. 우리는 이 거대함의 일부였다. _344p.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딸 사샤 세이건의 에세이. 1장 태어남부터 16장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계절을 이야기한다. 매 장마다의 짧은 에세이는 우리의 정서와 맞는 부분도 있지만 종교적인 부분이나 그들만의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선 크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그녀의 삶에도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자연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반적인 에세이와 달리 약간은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자신의 삶을 부모님과 조부모, 더불어 그 이전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을 마주하며 생각해 보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 「코스모스」를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게 되었던 건 글의 곳곳에 묻어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책에 대한 종종 언급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칼 세이건의 딸은 어떤 글을 썼을까?'라는 궁금증이 이 책을 더우 궁금하게 할 것이다. 부모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인간의 생애 주기에 따른 기념일, 의식에 대해 탐색하는 글쓰기를 써왔다고 한다. 인간 존재에 대한 애정, 세계의 경이로움에 대한 아름답고도 지적인 에세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의 목소리와 색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딸아이가 쑥쑥 자라감에 따라 나도 아기의 눈 안에서 조상들의 모습을 몬다. 우리가 알던 사람들, 우리가 결코 알 수 없을 사람들. (···) 우리 각자가, 살아서,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게 되기까지, 우리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있었던 그 모든 일에 대해 나는 경이를 느낀다. _46p.
결국은 우리의 취약함이 우리가 무언가 더 깊은 것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사랑도 그렇고. 오류를 기꺼이 인정한다면, 예측이나 선입견을 과감히 놓아버릴 수 있다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에 다가갈 수 있다. _109p.
내가 읽지 않은 책의 수가 날마다 점점 늘어가며 나를 괴롭힌다. 세상에는 정말 눈부신 생각들이 있고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다. 나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알려주길 바란다. 그에 대한 답례로 나도 내가 그간 읽고 좋아했거나 깨달음을 얻었거나 이 책의 주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논픽션들을 여기에 소개하려 한다. _더 읽을거리
#사샤세이건 #홍한별 #가제본 #가제본도서 #에세이 #추천에세이 #문학동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문학동네4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