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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죄의 궤적 1~2 - 전2권
오쿠다 히데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죄의궤적
"아니, 사형이 무서운 것은 아니에요. 어젯밤에 생각했는데 나는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마음이 무거워요."
"그런 말 하지 마. 모처럼 태어난 거잖아."
"태어나지 않은 것이 좋았던 사람도 있어요. 내가 그래요." _361p.
사이코패스는 사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 잠재적 사이코패스인 우리는 그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아예 우리와 구별된 사이코패스라는 존재를 만들어내고 안도한다. _437 옮긴이의 말
「죄의 궤적」은 오쿠다 히데오가 7년 만에 선보인 신작 사회파 소설이다. 한국을 의식하고 집필한 것일까? 싶을 정도로 한국에 요소를 군데 군데서 마주하며 웃게 되는데, 실로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된 글이기도 하다. 1963년 레분토의 작은 섬에서 어업을 도우며 살아가던 우노 간지. 그저 평범해 보였던 청년은 빈집털이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해가며 도쿄로 상경할 자금을 모으고 있던 와중 함께 일하던 아카이에게 발각된다. 전당포에 맡긴 물건의 출처가 발각되며 이대로 잡히나 싶었는데 아카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 하나 싶었지만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고 도쿄에 상경한다.
우노 간지, 형사인 오치아이 마사오, 산야에서 여관을 돕고 있는 마치이 미키코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빈집털이와 시계상 살인사건, 그리고 연이어 벌어지는 유괴사건과 호스티스 살인사건 이 모든 사건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돈이 필요하면 죄책감 없이 빈집털이를 실행하고, 어딘가 조금 모자란듯한 사람, 악함은 없지만 그렇다고 선함도 아닌 감정으로 살아가는 우노는 빈집털이범에서 아동 유괴범이 되었는가? 1960년대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글은 도쿄에선 올림픽을 앞두고 번화한 도시에서 벌어진 아동유괴 사건을 마사오 형사의 시점으로 추적해가는 한편 우노의 행보를 보여주는데.... 어쩌면 이 사람은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을지도 몰라, 이렇게 백치미가 돋는 사람인데?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2권의 중반 이후부터는 페이지를 멈출 수 없을 정도의 몰입도를 보여준다. 7~80년대 드라마 수사반장의 분위기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생생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비극적인 사건은 해결되지만 사건의 여운과 그 후 이야기를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다. 인간과 죄, 그 죄의 근원과 인간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글을 읽는 내내 머리에 떠나지 않는 질문이 될 것이다.
마음속에는 어딘가 대담한 감정이 침전해 있어 무섭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궁지에 몰려도 별로 심한 타격은 받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죽기밖에 더하겠느냐는 심정인 것이다. _30p. 1권
간지는 무시무시한 태도로 위협하는 남자들을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 어느 날 자신은 감정의 스위치를 내리는 기술을 익혔다. 그 이후로 무서운 것이 없어졌고 긴장하는 일도 없어졌다. 설사 사람을 죽인다고 해도,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_99p. 2권
"오바 씨는 몰라요. 나쁜 짓이라는 건 열결 되어 있어요. 내가 훔치는 것은 내 탓만이 아니에요. 나를 만든 것은 아방이와 오마이니까요." (···) "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왜 살아 있는지를 몰랐어요.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왜 이 세상에 있는지 몰랐어요." _334p. 2권
#오쿠다히데오 #송태욱 #소설 #은행나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