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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곧어른의시간이시작된다
시간은 많은 걸 바꾼다. 세월을 비껴 변함없이 한결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세월을 그대로 관통해 몸과 마음에 진한 삶의 무늬가 새겨진 사람도 있다. 살아보니 변해서 좋은 때도 있고,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경우도 있다. (···) 청춘은 이제 내게 돌이키고 싶은 과거가 아니다. 노안 때문에 책 읽기가 다소 불편해지고, 오래 앉아 있으면 좌골 신경통에 어김없이 다리가 저릿한 지금의 내가, 나는 감히 더 좋다. (···) 이제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채로 기억한다. 떠나간 것은 떠나간 대로 추억한다. 언젠가 쓸 것을 대비해 여기저기 쟁여두던 마음이 실은 내 안의 두려움이란 것 역시 알아간다. (···)
내가 가장 예뻤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있는 지금의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_ #작가의말
책을 읽기 전, 이미 제목에 사로잡히는 책들이 있다. 백영옥 작가의 책들이 내겐 그러했다. 열성적이진 않아도 그녀의 책이 출간되면 늘 조용히 책장을 넘겨보곤 했다. 개정판임에도 가끔 제목이 바뀌고 책표지가 바뀌어 새로운 책인가? 싶어 다시 구입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그녀처럼 처음 그대로의 제목으로 2012년 출간된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인 책을 2021년 다시 읽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며 2012년의 시간을 지나 2021년의 시간을 살아오며 내게도 일어났던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 보게 된다. 때로 응원이 필요했고,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혼란스러운 시간을 지나 안정적인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고,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들을 통과하며 혼자서도 주문처럼 외우기도 했던 말이다. 다시 시간을 되돌리면 지금보다 나은 현실에 도달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던 때도 있지만, 그냥 그 시간들을 오롯이 견뎌내 지나온 지금의 내가 좋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던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도 재독하고 싶은 에세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휘청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저 손 닿는 곳에 두고 넘겨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문득 도달하게 된 내 나이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청춘이 들고양이처럼 빠르게 지나가버린걸, 그리 슬퍼하지 않았으면. _25p.
살면서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얘기에 얼마만큼 귀 기울이고 살까. 인생의 주인은 '나'라고 말하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물어 정말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사람들은 행복을 어디선가 '오는 것'이라 말하곤 하지만, 행복이 그런 먼 곳에서부터 오는 추상적인 것일 리 없다. 행복은 '오는'게 아니라 '있는'것이다. 내가 애써 발견하는 것이다. 의지를 가지고 선택해야 비로소 손에 잡히는 것이다. _100p.
좋은 소설이란 '답'이 아닌 그 시대를 산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변할 수 있다. 고전이 매번 사람들에게 다르게 읽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_149p.
'고전은 재밌다'라는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건 마치 뜨거운 욕탕에 들어앉아 '어! 시원하다'하는 아빠의 거짓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고전은 어렵고 읽기 힘들다. 고전 읽기엔 상당히 유혹의 기술이 필요하다. _151p.
※이 책은 2012년 출간된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의 개정판입니다.
#백영옥 #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나무의철학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