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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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의생활건강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주 사로잡힌다. 도망치고 싶고 피하고 싶다.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돼. 벽에 부딪히는 날에는 감옥에 갇히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벽을 뛰어넘지 않고 부수지 않고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벽에 갇혀서 사는 모습. 공원 벤치에 앉아서 비둘기를 볼 때마다 내가 일부러 날지 않는 새 같다고 느꼈다. (···) 그러나 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다. 잘해주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당연히 거의 매일 실패했고 벽이 보이면 감옥에 갇히고 싶었다. _186~187p. #윤유나

 

코로나라는 대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최근 들어 자주 묻는 인사는 '일상의 건강함'이 아닐까? 일상에 제약이 생기고, 마스크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 시인 10인의 생활 건강 이야기를 모은 「나의 생활 건강」에 담긴 이야기. 작고 소소한 일상은 화자의 이야기마다 담긴 개성이 뚜렷해 때론 짧은 글임에도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고 한참을 머물러 있게 되기도 한다.

 

'시인의 에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에세이 한 편 한 편이 조금 긴 문장의 시를 읽는 듯, 문장과 일상에도 운율을 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달까? 그 안에 담긴 단어와 문장을 읽으며,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반짝임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은 쉬어가도 된다고 토닥이는 '마음 건강 에세이' 지친 마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다른 많은 좋아하는 일 중에서도 읽기, 쓰기, 마시기를 가장 좋아하는 까닭은, 저 일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면서도, '우리'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어서다. (···) 나를 먹이고 재운 사랑을 깡그리 잊어버릴 내게 미리 화가 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해두는 것으로 나를 준비시켜두려고 한다. 무기력을 또 겪더라도 다시 유기력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내 미래를 바란다. 그걸 믿고 싶어서, 나는 나라는 기계에 유기력코드 - 쓰고, 읽고, 마시기 --를 내 의지와 노력으로 입력해두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해보고 싶다. 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두고 싶다. _14p. #김복희

 

모르겠다. 나는 당신의 사랑과 사랑과 사랑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고, 그 때문에 때때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없이 내어줄 듯한 사랑과 당신이 모르는 삶에 대한 사랑을, 그러다가도 별안간 전형적인 상처를 주는 이 사랑이 무엇인지.

다만 내가 아는 건, 이 알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생활하게 한다는 것.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아주 먼 길을 걷는 데에도 끄떡없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이, 나의 생활과 건강을. _101p. #손유미

 

건강한 삶이란 운명의 여신이 실을 끊어버리지 않을 때 오는 축복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인간은 이미 끊어진 줄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절망을 자신의 존재와 상반된 것으로 여기지만 절망은 인간의 존재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절망과 함께 태어나 삶을 살고 죽음 이후에야 절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_152p. #성다영

 

#자음과모음 #자모단 #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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